LG전자 이어 삼성전자도 실제 시장에서 상용화
집도 ‘완성형 전자제품’…AI와 에너지 절감 ‘모듈러 전쟁’
정부, 공공·민간 확대 나서…정책·시장 변화 속도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25에서 공개한 '스마트 모듈러 홈 솔루션' 내부 모습.ⓒ삼성전자
자동차에 이어 이제는 집까지 하나의 완성형 전자제품처럼 소비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주요 가전업체들이 모듈러 홈 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경쟁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삼성물산과 협력한 ‘스마트 모듈러 홈’을 공개했다. 약 218㎡(66평) 규모의 주택을 전시장에 그대로 구현했으며, 모듈 제작은 1주일, 현장 조립은 단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는 효율성을 강조했다.
내부는 스마트싱스(SmartThings) 플랫폼을 기반으로 조명·공조·가전이 자동 제어되는 생활 공간으로 꾸며졌다. 태양광 패널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환기 장치 등을 결합해 ‘넷 제로 홈’ 콘셉트도 함께 선보였다.
모듈러 홈이란 공장에서 미리 제작된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지어지는 신개념 주거 형태다. 시공 속도가 빠르고 표준화·모듈화된 설계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친환경·스마트 주거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홈 기술과 에너지 절감 시스템이 접목되면서, 단순히 ‘집을 짓는 방식’의 혁신을 넘어 ‘하나의 생활 가전’으로 정의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가 모듈러 홈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3년 IFA 현장에서도 이를 선보인 바 있으나 사실상 지난해까지는 개념 전시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는 삼성 물산과 손잡고 실제 시장에 내놓으면서 사업 확장 의지를 보인 것이다.
앞서 2월에는 국내 최대 모듈러 건축물 제작 전문 회사인 유창이앤씨와 지난 2월 업무협약을 맺고 AI 스마트 모듈러 건축 상품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태다. 삼성은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국내외 건설사와 협업을 확대해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지난 6월부터 전라북도 김제에서 온라인 예약을 통해 자유롭게 LG 스마트코티지를 둘러볼 수 있는 ‘오픈하우스’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LG 스마트코티지'를 둘러보고 있는 방문객들.ⓒLG전자
LG전자 역시 지난해부터 ‘스마트코티지’라는 이름으로 모듈러 홈 사업을 본격화했다. 스마트코티지는 주거 공간 자체에 태양광 발전·에너지 자립 솔루션을 품고 있으며, LG 가전과의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생활 경험 전체’를 끌어올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오프그리드(off-grid)를 지향하는 소형 주택, 세컨드 하우스, 캠핑형 주거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선점하며 사업 초기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제로에너지건축물(ZEB) 플러스 등급을 획득하며 에너지 자립형 주거 모델을 제시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와 협력해 설계 단계부터 전기 안전을 인증하는 제도도 마련했다. 지난달 진행된 오픈하우스 투어는 일주일 만에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가장 먼저 시장에 제품을 내놓으면서 ‘가전업체가 집을 만든다’는 개념을 현실화했다”며 “향후 제품 라인업의 확장과 대량 생산 체계 구축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움직임을 ‘모빌리티에 이은 또 다른 생활 전자화 흐름’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전기차·커넥티드카 등 ‘전자제품화’ 과정을 거쳤듯, 주택도 이제는 전력·데이터 관리가 가능한 지능형 전자제품으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모듈러 홈 시장이 단순한 신규 주택 건설의 범주를 넘어서, 가전업체에게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친환경과 에너지 자립, 스마트 라이프스타일 수요가 결합하면서 과거의 ‘집짓기 산업’과는 전혀 다른 구조의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집을 단순히 ‘사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 맞춰 ‘선택·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받게 될 것”이라며 “향후 글로벌 기업까지 본격적으로 참여할 경우, 한국 기업들이 개척한 모듈러 홈 시장이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도 모듈러 주택 시장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모듈러 주택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규제 완화와 품질 관리 제도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00여 가구 규모의 모듈러 주택 사업을 준비 중이며, 민간 건설사들도 시범 단지 조성에 나서는 등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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