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웹툰·키즈까지… 한국 애니메이션, 일본 공세 속 극장가 새 바람 준비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9.13 11:08  수정 2025.09.13 11:08

올해 한국 애니메이션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공세 속에서도 극장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며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4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진격의 거인: 더 라스트 어택’이 메가박스 단독 개봉임에도 94만 명을 기록하는 등 일본 작품들이 여전히 막강한 팬덤과 흥행력을 과시하는 가운데, 한국 애니메이션 역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자체 경쟁력을 입증하는 중이다.


ⓒ뉴, 롯데엔터테인먼트, CJ CGV

지난 2월 개봉한 ‘퇴마록’은 50만 명으로 흥행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완성도와 기술 발전 측면에서 호평을 받았고, 지난 7월 ‘킹 오브 킹스’는 13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6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기생충’을 제치고 한국 단독 제작 영화 중 북미 흥행 1위에 오르며 산업적 이정표를 세웠다.


특히 ‘킹 오브 킹스’는 내수용이 아닌 글로벌을 타깃으로 낸 성과로, 국내 관객층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확장성을 보여줬다. 하반기 극장가에도 한국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라인업이 대기 중이다. ‘


‘달려라 하니’ 40주년을 기념한 극장판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주인공 하니가 아닌 라이벌 나애리를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시도로 원작 팬들의 향수와 젊은 관객층의 호기심을 동시에 겨냥한다. 1985년 만화 연재로 시작해 1988년 국내 최초 정규 편성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방영되며 전국적인 인기를 모은 ‘달려라 하니’는 명실상부 국민 애니메이션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극장판은 하니와 나애리의 숙명적 재회와 더불어 레이스계 신흥 강자 주나비의 등장을 통해 한층 확장된 세계관과 감동적인 서사를 담아내며, 추석에 개봉, 추억의 세대에게는 향수를, 새로운 세대에게는 신선하게 다가가겠다는 계획이다.


또 하나의 기대작 ‘연의 편지’는 평점 9.98을 기록한 원작 웹툰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작화와 매력적인 캐릭터, 악뮤 이수현을 비롯한 뮤지션들이 참여한 청량한 OST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개봉 전부터 오타와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OIAF), 애니메이터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등 유수 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되며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의 탄생을 예고했다.


여기에 안정적인 흥행력을 갖춘 키즈 애니메이션 ‘브레드 이발소’ 시리즈도 극장가를 찾는다. 브레드 이발소’는 2019년 KBS에서 첫 방송을 시작해 천재 이발사 브레드와 조수 월크, 소시지·초코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유쾌한 일상을 그리며 인기를 얻어왔다. 꾸준한 시리즈 방송으로 인지도를 쌓은 뒤 극장판으로까지 확장해 전작들이 각각 20만, 26만 관객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가족 관객층을 확보했고, 세 번째 극장판 ‘베이커리타운의 악당들’ 역시 흥행 성과가 기대된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 작품의 배급사가 모두 주요 배급사라는 사실이다.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뉴(NEW), ‘연의 편지’는 롯데엔터테인먼트, ‘브레드 이발소: 베이커리타운의 악당들’은 CJ CGV가 각각 배급을 맡았다. 국내 주요 배급 3사가 나란히 한국 애니메이션에 힘을 실은 것은, 이 시장이 충분한 흥행 잠재력을 갖췄다는 판단을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 산업적 성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흐름은 비슷한 시기 개봉을 앞둔 일본 애니메이션과 맞물리며 자연스럽게 경쟁 국면으로 이어진다.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주술회전 회옥·옥절’ 등 글로벌 팬덤을 겨냥한 신작들이 대기 중인 가운데, 일본이 압도적 팬덤과 브랜드 파워를 무기로 한 대작 중심 전략을 펼친다면 한국은 추억의 IP, 웹툰 기반 청춘 서사, 가족용 콘텐츠 등 다변화 전략으로 극장가에서 입지를 넓히려 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한일 애니메이션이 경쟁하면서도 서로 다른 지점을 공략해 상호 보완적인 시장을 형성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장기적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이 질적 완성도와 해외 성과를 무기로 일본과의 격차를 좁혀가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며 “일본과 한국 애니메이션이 공존 속 경쟁을 펼치며 관객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풍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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