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 이끈 케이팝 정점, ‘획일성’이라는 딜레마 [기자수첩-연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9.22 07:00  수정 2025.09.22 07:00

최근 블랙핑크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곡 ‘아파트’로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MTV VMA)에서 ‘올해의 노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는 미국 4대 대중음악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시상식의 대상격인 해당 부문에서 케이팝 아티스트 최초로 수상하면서 케이팝의 위상이 또 한 번 새로운 정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읽혔다.


ⓒ연합뉴스

로제의 이 수상은 앞서 그래미 어워즈 등 시상식의 주요 부문 노미네이트, 롤라팔루자와 코첼라 페스티벌 등의 헤드라이너 등판, 빌보드 메인 차트 장기 집권 등 지난 몇 년간 케이팝 아이돌 그룹들이 쌓아 올린 기념비적 성과의 연장선에 있다. 케이팝 아이돌은 전 세계 음악 시장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하나의 장르이자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일등공신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눈부신 성과 속에서도 과제는 존재한다. ‘케이팝=아이돌 음악’이라는 고착화된 인식이다. 대형 기획사의 정교한 시스템과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탄생한 아이돌 그룹들이 케이팝의 글로벌화를 최전선에서 이끌어온 결과, 해외 대중에게 케이팝은 화려한 군무, 세련된 비주얼,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앞세운 아이돌 팝과 사실상 동의어로 여겨지게 됐다. 이는 케이팝이라는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에는 분명 효과적이었지만, 동시에 케이팝이 가진 본래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가리는 딜레마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케이팝은 ‘한국의 대중음악’(Korean Popular Music)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그 안에는 아이돌 댄스 팝뿐만 아니라, 밴드 음악, 알앤비(R&B)와 힙합, 인디 팝, 포크 등 다양한 결의 음악이 공존함에도 해외 미디어나 대중이 케이팝을 소비하는 창구가 대형 아이돌 그룹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케이팝’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낙수효과에서 다채로운 장르의 아티스트들은 배제되고, 케이팝의 이미지는 점점 더 획일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식이다.


업계에선 케이팝이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성숙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이돌 음악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하는 대신, ‘케이팝의 외연 확장’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비주류 음악에 대한 일방적인 동정 차원의 지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케이팝 생태계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적인 투자이자 전략적 선택이다.


실제로 수년 전부터 미국 등 주요 음악 시장에서 케이팝의 인기가 급성장하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물론 현재까지 그 인기가 지속되곤 있지만, 전문가들은 안주하긴 힘들다는 의견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아이돌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진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더 넓은 취향의 글로벌 리스너들을 케이팝의 팬으로 유입시켜 산업의 저변을 넓혀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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