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이냐 안전이냐”…건설업계, 합리적인 선 모색 ‘고심’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5.09.23 07:00  수정 2025.09.23 07:00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건안법까지…줄 잇는 규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추진에도 처벌 불안 커져

적정 공사비·공시 산정 필수…“현장 목소리 반영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추진을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로 향하고 있는 사망사고 관련 규제를 실효성 있게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도록 건설업계의 인식개선과 자체적인 노력도 필수적이지만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중복되는 규제는 풀고 재해 발생률은 낮추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회에서 건설현장 사망사고 관련 규제 법안의 제·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인 22일 ‘건설안전특별법’을 보완 발의했다. 사망사고 발생 시 1년 이하의 영업정지 혹은 매출액에 비례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로 발주자가 적정 공사비용 및 공사기간을 제공하고 시공사는 현장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보완됐다.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 및 건설사업기본법 등 법령 및 시행령 개정도 추진된다.


연간 3명 이상의 사망사고 발생 시 영업이익의 5% 이내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영업정지 요청 요건을 현행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다수 사망’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최근 3년 간 영업정지 처분을 2회 받은 후 영업정지 요청 사유가 또 발생했을 때 건설사의 등록 말소 요청 규정을 신설하는 한편 중대재해 반복 발생 사업장에는 공공입찰 참가를 제한토록 한단 방침이다.


이처럼 건설업계와 관련된 규제 법안이 줄줄이 상정돼 논의되는 것은 현장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며 근로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2024년간 1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사고 사망자는 113명에 이른다. 연평균 22명 안팎의 근로자가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올해에도 1~7월 동안에만 16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중대재해가 끊이질 않고 건설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만 건설사를 향하는 규제 강화만으로 사망사고를 줄이긴 어렵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물가와 인건비, 안전 관련된 비용은 크게 올랐는데 예산과 비용 문제로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충분히 책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 인력 수급 등 여러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9일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일환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시행을 통한 민간참여형 공공주택 사업을 논의하고자 방문한 현장에서도 이 같은 얘기가 오갔다.


김윤덕 장관은 민간참여형 사업으로 GS건설이 시공한 위례 자이더시티에 방문해 “요새 안전을 강조하면서 건설경기가 위축된다는 의견이 나온는데 채찍으로만 되는 게 아니니 당근도 있어야 한다”면서도 “영국과 비교하면 산업재해가 배로 많은데 한 번은 홍역을 치러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남경호 GS건설 부사장은 “지난 몇 년간 안전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도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책임을 많이 느낀다”며 “정부의 채찍에 저희도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사장급으로 올리고 비용도 확대했다”고 답했다.


다만 “선진국들의 안전사고가 적은 것은 공기와 공사비를 많이 주는 영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가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도로와 철도 등 교통 인프라도 함께 확충해나가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상황으로 건설업계의 자정 노력을 유도하면서도 인재로 인한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건설안전특별법과 노동안전종합대책에도 공기나 공사비를 적절히 산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서도 “관련 법령들에 사망이라는 개념이 명확히 정의돼 있지 않고 시행령 등을 통해 처벌 범위나 수위가 높아질 수 있어 건설업계의 불안이 큰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처벌만 한다고 해서 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만큼 관리자의 시선에서 세우는 대책들 만으로는 작업자에 대한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사고 감소 효과는 크게 없을 것”이라며 “작업자들의 근로 현실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업계가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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