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스톤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운 주행감과 안정적인 승차감 선사
넉넉한 트렁크 공간과 다양한 수납 기능으로 패밀리카로서의 강점 부각
'페달 오조작 방지 보조' 등 첨단 안전 기술로 운전자의 불안감 해소
전비 콘테스트 결과, SUV임에도 뛰어난 전비 효율성 입증
선수가 힘껏 밀어낸 컬링 스톤이 얼음 위를 미끄러진다. 스톤 앞에서는 스위퍼들이 빗자루질을 하며 활주로를 매끈하게 다듬는다. 방향을 잡고 한 번의 힘을 가하자, 남은 길은 마찰 없이 쭉 미끄러져 나간다.
그 때의 스톤은 이런 기분일까? '더 기아 EV5'에 앉아 엑셀을 밟자 차는 튕겨나가듯 가속하는 대신 마치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스톤처럼 부드럽게 전진했다. 가속 페달에 힘이 들어갔는지도 모를 만큼 차체는 가볍고 매끄럽게 움직였다. 울퉁불퉁한 노면을 지날 때도 외부의 충격은 희미한 진동으로만 전해졌고, 동급 SUV에서 경험하기 힘든 정숙성과 안정감은 차분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선사했다.
지난 23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경기도 가평 양떼목장까지 왕복 100km 거리를 전기 SUV 'EV5'와 함께했다.
“전기차 시장이 지금보다 커지려면 패밀리 SUV를 원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집중된 C세그먼트에서 성공해야 합니다.” EV5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한 MSV프로젝트5팀 신승훈 기아 책임연구원은 EV5가 기아 전동화 전략의 ‘메인스트림 전기 SUV’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SUV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EV5는 SUV의 강점인 공간성을 전기차로서도 훌륭하게 구현해냈다. 내부 공간이 아주 넓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특히 트렁크가 매우 커 캠핑이나 차박을 즐기는 가족에게도 손색 없는 패밀리카였다.
SAE 기준 965ℓ, VDA 기준 566ℓ의 러기지 공간은 가족 캠핑 장비나 주말 나들이 짐을 한꺼번에 싣기에 충분할 듯 하다. 러기지 보드를 활용하면 높이에 맞춰 짐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고 44.4ℓ의 프렁크와 측면 수납공간, 소품 걸이까지 갖췄다.
이런 가족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EV5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안전에 집중한 기술이다. 아이를 태운 부모라면 차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기 마련이다. 아이는 없지만 초보 운전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기자로서도 운전석에 오를 때마다 불안감에 휩싸이곤 한다. 그런데 이번에 EV5를 시승하며 그 불안을 덜어줄 두 가지 신기술을 만났다.
첫 번째는 가속 제한 보조다. 운전자가 엑셀을 지나치게 밟거나 오랫동안 밟고 있으면 차가 이를 인지하고 시청각으로 경고를 준다.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자동으로 속도를 제어해 사고 위험을 줄인다. 다음은 페달 오조작 방지 보조다. 주차 중 브레이크 대신 엑셀을 강하게 밟는 상황이 발생하면, 모터의 토크를 제한하고 제동을 걸어 충돌 피해를 막아주는 기술이다.
아쉽게도(?) 시승 중 이 두 기술을 직접 체험할 기회는 없었지만 '내가 당황해도 차가 한 번 더 잡아주겠구나'라는 생각만으로도 운전이 한결 편안해졌다. 아이를 태운 부모는 물론, 운전이 미숙한 초보나 고령 운전자에게도 든든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경험할 때마다 개발자에게 상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깔끔한 디자인과 뛰어난 시인성으로 필요한 정보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 "그래, 이거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주행 속도부터 내비게이션 경로, 안전 경고까지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정보만 명확하게 표시돼 어떤 주행 환경에서도 운전자의 집중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EV5는 성능형 NCM 배터리를 얹어 1회 충전으로 최대 460km를 달릴 수 있다. 쉽게 말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길을 조금 헤매더라도 한 번에 도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기차라 장거리 가기엔 불안하다’는 걱정이 줄어드는 대목이다.
이날 시승회에서는 전비 콘테스트도 열렸다. 결과는 꽤 놀라웠다. 1등이 7.3km/kWh, 2등이 7.1km/kWh, 3등도 7.0km/kWh를 기록했다. 참고로 1·2차 시승 전체 매체 평균은 5.8km/kWh였다. 단순히 수치만 놓고 봐도 ‘SUV라 전비는 좀 아쉽겠다’는 선입견을 깰 만한 결과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었다. 시승회 당일 도로에서 다른 EV5들과 함께 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수많은 차량들과 뒷모습이 비교됐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정돈된 인상이었지만 개성이 부족해 보였다. 특히 후면 디자인은 깔끔함을 넘어 밋밋하고 지루한 인상을 주었다.
주행 내내 외부 소음 차단에 대한 아쉬움도 남았다. 노면 소음과 풍절음이 생각보다 크게 유입돼 고속 주행 시에는 귀가 피로할 정도였다. 전기차 특유의 조용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가격은 롱레인지 기준으로 에어 4855만원, 어스 5230만원, GT 라인이 5340만원이다. 숫자만 보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전기차 세제 혜택과 정부·지자체 보조금을 고려하면 기본 트림인 에어는 4000만원 초반대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타깃
-뒷자리에 카시트부터 트렁크에 차박 텐트까지 챙겨야 하는 당신
-아이를 태우고 운전하며 ‘혹시 모를 사고’에 민감한 초보·고령 운전자
▲주의할 점
-차가 밋밋한 뒷태를 가졌다고 해도 괜찮은 대인배
-드라이브 내내 귀가 평화롭길 바라는 소음 민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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