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 문학, 어른 위한 문학과는 달라야…
자극적 콘텐츠와는 구별되는 책 선보일 것”
<출판 시장은 위기지만,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출판사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을 지탱 중이고, 1인 출판이 활발해져 늘어난 작은 출판사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가 공급을 책임지던 전보다는, 출판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대형 출판사부터 눈에 띄는 작은 출판사까지. 책 뒤, 출판사의 역사와 철학을 알면 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어린이 청소년 문학은 어른 책과 달라” …바람의아이들의 의미 있는 시작
바람의아이들은 어린이·청소년 문학 전문 출판사로, 2003년 7월부터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 자체로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으면서 무언가를 만날 때에만 소리를 내고 모습을 드러내는 바람과 같이, 바람의아이들은 독자들과의 만남에서 존재감을 느낀다’고 설명한 바람의아이들은 “어린이 책을 만든다는 건 책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세상에 휘둘리지도 않고 미치지 못할 곳도 없는 바람처럼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 마음에 다가가려 한다”라고 출판사의 목표를 설명했다. 이에 좋은 책 한 권이 아이들의 내면에 중심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믿음으로 미래를 가꿔 나가는 책을 발굴하고자 노력 중이다.
바람의아이들이 출범하던 당시에만 해도, 어린이·청소년 문학을 향한 독자들의 관심은 컸다. 지금은 각종 ‘놀거리’들이 많아졌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책’은 아이들에게 하나의 재밌는 놀이이자, 배움을 얻는 장이었다.
그럼에도 어린이·청소년 문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노력은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다. 이렇듯 가능성과 한계가 공존하던 시기, 최 대표는 어린이·청소년 문학 전문 출판사를 통해 그들에게 꼭 필요한 재미와 의미를 전하고 싶었다.
최 대표는 바람의아이들 첫출발 당시에 대해 “그땐 어린이 책이 어려움에 빠진 큰 출판사들의 생존을 지켜주는 역할을 했었다. 대표적인 예가 창비 아동문고였다”고 회상하며 “그 성공을 보면서 많은 출판사들이 어린이책을 곁들여서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린이 책과 어른 책은 많은 점에서 다르니 그 다른 점을 잘 알고 출판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소설’이라는 명칭도 생소하던 시절, ‘중학생 소설’로 소개된 이경혜 작가의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비롯해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젓가락 달인’, ‘열네살의 인턴십’, ‘가자에 띄운 편지’ 등 어린이, 또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했다. 최근에는 그림책 ‘엄마소리가 말했어’, ‘곤을동이 있어요’, 청소년 소설 ‘스파게티 신드롬’, ‘오 보이!’ 등을 통해 독자들에게 다가갔다.
프랑스, 벨기에, 독일 등에서 문학상을 수상하고, 프랑스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방영되는 ‘뚱보, 내 인생’을 번역해 선보이는 등 해외의 좋은 책들을 전하며, 국내 어린이·청소년 문학 시장에 풍성함‘을 더하기도 했다.
◆ 텍스트힙 열풍 속, 바람의아이들이 ‘흔들림 없이’ 지키는 가치
지금은 주제 또는 독자층, 소재를 좁혀 뾰족하게 타겟 독자를 겨냥하는 전문 출판사가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어린이·청소년 문학만의 기준은 필요했다.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꾸준히 소신을 지켜나가는 것이 바람의아이들이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하는 비결이었다.
특히 유튜브, 각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영상 콘텐츠가 어른 시청자는 물론, 어린이와 청소년의 일상까지 파고든 상황에서 흥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의미를 추구하는 것은 어렵지만 필요한 일이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어린이 책이 출판 전성기를 맞은 지는 오래됐고, 전문 출판사도 많이 생겼다”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거 같다. 무엇보다도 상업주의를 경계해야 하고,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이 자극적인 재미를 가진 콘텐츠와 구별되는 문학적 향기를 가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쉽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의 영화, 드라마부터 음식, 뷰티에 대한 관심 등 콘텐츠의 풍요 속에서도 텍스트, 즉 글에 대한 관심은 아직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텍스트힙’ 열풍이 불며 책과 글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갈수록 저조해지는 독서율,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최 대표는 “독서는 다른 콘텐츠들과 달리 진입장벽이 있다. 이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짚으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그 장벽을 넘는 노력을 스스로 해야만 독자는 읽는 근육을 만들 수 있고 자기만의 취향과 사고를 발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책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을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노력도 함께 필요한 이유였다. 그는 “인생의 민감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어린이 청소년을 위해서는 영상 콘텐츠보다 우선적으로, 책과 친하게 해 주기 위한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미국 및 유럽 여러 국가들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학교에서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가정에서도 핸드폰 사용을 제한하는 부모들이 많다. 저 자신도 핸드폰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힘듭니다만, 우리나라는 아이들도 그렇게 된 것 같다. 단순히 핸드폰 금지가 아니라 핸드폰이 없이 아이들이 안전하고 조용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적 정치를 마련하고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심’을 되새기며 지금처럼, 책의 강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바람의아이들만의 책을 출간해 나갈 계획이다. 다음달 바람의아이들과 함께 등단한 임태희 작가가 오랜 공백 끝에 선보이는 저학년 동화 ‘윌리 보이’를 비롯해 어린이 또는 청소년을 위한 다채로운 책을 선보인다.
“바람의아이들 창업 당시는 어린이 청소년 전문 출판사를 표방하고, 신인 양성을 한다는 것이 그 자체로 이례적이고 새로운 일이었다”고 짚은 최 대표는 “이제 22년이 지나, 그게 흔한 일이 되어버린 지금, 저희는 새로움을 추구한다기보다 처음의 뜻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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