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품들이 국내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누적 관객 230만 명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굳건히 지켰다. 이로써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국내 흥행 순위 6위에 올랐으며, 2025년 전체 박스오피스에서도 9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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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본 실사 영화 ‘8번 출구’가 2위에 오르며, 애니메이션에 이어 실사 영화까지 일본 IP가 극장 시장 전반의 흐름을 주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역시 개봉 10주차 임에도 8위를 유지 중이다. 누적 매출액 592억 원으로 ‘스즈메의 문단속’(573억 원)을 넘어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기록했으며, 관객 수(548만 명) 기준으로도 ‘스즈메의 문단속’(558만 명)과 올해 1위작 ‘좀비딸’(563만 명)에 근접했다.
마니아 사이에서 일어나는 단발적인 흥행을 넘어, 일본 작품들이 한국 극장가에서 신뢰하는 콘텐츠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객층을 보면 20대 예매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OTT 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이 팬데믹 시기 넷플릭스 등 플랫폼을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을 접하면서 신규 관객층이 빠르게 늘었다. 그 결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시장 파이가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는 평가다. 이러한 확장은 일본 내 현상에 그치지 않았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지난달 미국 개봉 후 2주 연속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저력을 입증했다. 특정 팬층의 취향을 넘어 전 세계 극장가의 주류 콘텐츠로 부상했음을 보여줬다. 팬데믹 시기에 강화된 이 글로벌 팬덤이 현재 한국 극장가에서도 일본 IP 흥행을 떠받치는 가장 탄탄한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실사 영화까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니노미야 카즈나리 주연의 ‘8번 출구’는 개봉 첫날 3만1969명의 관객을 동원해, 역대 일본 실사 영화 흥행 1위작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오프닝 스코어(9212명)를 세 배 이상 넘었으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2만5443명)마저 앞질렀다.
사실 일본 영화의 약진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이어져 왔다. 2022년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21년 만에 일본 실사 영화로 국내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2023년 ‘스즈메의 문단속’(558만 명), ‘더 퍼스트 슬램덩크’(490만 명)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남은 인생 10년’은 1년 만의 재개봉으로 누적 56만 관객을 모으며 재관람 수요까지 입증했다.
시장 회복세의 관점에서는 반가운 지표다. 일본 영화들이 침체된 극장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관객을 유도하며, 산업 전반의 순환 구조를 되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보다 큰 틀에서 보면 우려도 존재한다. 한국 영화의 점유율이 하락하고, 일본 IP 중심의 소비 패턴이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 한국 영화가 장기적인 기획력과 독창적인 브랜드와 신뢰도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주도권은 더욱 멀어진다.
올해 일본 영화의 공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11월에는 이상일 감독의 ‘국보’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제78회 칸국제영화제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이 작품은 일본 개봉 10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수익 164억 엔(한화 약 1544억 원)을 기록했다. ‘국보’ ‘춤추는 대수사선2: 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2003)에 이어 일본 실사 영화 흥행 2위에 등극하며 새로운 신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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