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의 ‘성장통’, 더보이즈 vs QWER 응원봉 갈등이 던진 숙제 [D:가요 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10.02 11:15  수정 2025.10.02 13:10

그룹 더보이즈와 QWER 간의 응원봉 디자인 유사성 논란이 케이팝 산업 전체의 화두로 떠올랐다. 양측 소속사가 팽팽한 입장 차를 보이며 법적 분쟁까지 예고하자,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와 한국연예제작사협회(연제협)가 공식적으로 중재 의사를 밝히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는 이번 갈등이 단순히 개별 아티스트과 기업, 팬덤 간의 문제를 넘어, 산업 전체의 질서와 상생을 위협하는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사성 논란이 불거진 더보이즈(왼쪽)와 QWER(오른쪽)의 응원봉 ⓒ네이버스토어, QWER 인스타그램

사건의 발단은 팬덤으로부터 시작됐다. QWER이 공개한 공식 응원봉 디자인이 더보이즈의 공식 응원봉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팬덤의 문제 제기는 곧 소속사 간의 대립으로 이어졌고, 양측은 “디자인적으로나 저작권 침해를 포함한 어떠한 문제도 없다”와 “모든 법적 절차를 포함해 강력하게 대응해나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상황이 악화하자 연매협과 연제협은 이례적으로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두 협회는 이번 사태를 ‘케이팝 산업의 위기’로 규정하고, “상징적 IP 보호를 위한 자율 규제 가이드라인” 수립을 제안하며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다. 업계의 양대 축인 두 협회가 동시에 나선 것은, 응원봉으로 대표되는 아티스트의 상징적 IP가 팬덤 문화의 핵심이자 산업의 중요 자산이며, 이를 둘러싼 분쟁이 자칫 산업 전체의 신뢰도를 훼손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응원봉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특정 아티스트와 팬덤의 정체성을 담은 상징물이자, 콘서트 현장에서 팬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소통의 도구다. 고유한 디자인과 색상, 로고 등은 해당 아티스트의 세계관과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식재산권(IP)의 집약체다. 따라서 디자인 유사성 논란은 단순한 디자인 베끼기를 넘어, 한 아티스트와 팬덤이 쌓아온 고유한 상징성과 자부심을 침해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사실 케이팝 업계에서 응원봉 디자인 유사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실 케이팝 업계에서 응원봉 디자인 유사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몬스타엑스, 드림캐처 등 일부 그룹도 응원봉 공개 당시 타 그룹과 유사하다는 팬덤 내 반응이 나오면서 디자인을 다듬어 최종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같은 결정은 소모적인 논쟁을 미연에 방지하면서 법적 다툼이나 감정 싸움으로 비화하지 않고, 상호 존중과 신속한 피드백을 통해 갈등을 조기에 해결하며 팬덤과 대중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더보이즈와 QWER이 처한 상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케이팝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겪는 필연적인 ‘성장통’으로 분석한다. 매년 수십 개의 팀이 데뷔하고, 각 팀은 팬덤 결속을 위해 고유한 상징물과 굿즈를 쏟아낸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의 범위는 한정될 수밖에 없고, 의도치 않은 유사성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성장통을 건강하게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한 케이팝 관계자는 “연매협과 연제협이 제안한 자율 규제 가이드라인은 케이팝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구체적으로는 디자인 사전 공개 및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 협회 차원의 사전 의무 중재 절차 도입 등 산업적 완충장치 도입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보이즈와 QWER의 갈등은 케이팝 산업이 과거의 주먹구구식 관행에서 벗어나, 더욱 체계적이고 성숙한 시스템을 갖춰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논란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산업 전체가 상생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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