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실험으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일본군 731부대의 실체를 다룬 중국 영화 ‘731’이 자국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개봉도 확정해 흥행 여부와 한국 관객들의 평가가 어떻게 나올 지 관심을 모은다.
개봉 첫날 3억 위안(약 585억 원)을 기록하며 중국 영화 역사상 오프닝 스코어 최고 기록을 세웠고, 현재까지 추정되는 누적 수익은 15억 위안(약 2800억 원)을 넘어섰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가 자행한 생체실험을 정면으로 다루며, 중국인뿐 아니라 한국인과 러시아인 등 약 3000여 명의 희생을 구체적으로 조명했다.
흥행에는 정치적 맥락도 작용했다. ‘731’은 제목에 맞춰 당초 7월 31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일제가 만주사변을 일으킨 9월 18일에 맞춰 개봉일을 조정했다.
일부 상영관에서는 이날 오전 9시 18분 경고 사이렌을 울린 뒤 영화를 상영해 반일 상징성을 극대화했다. 전승절 80주년 열병식과 맞물려 고조된 항일 정서는 영화의 흥행을 뒷받침했다. 일본인 학교가 임시 휴교에 들어가고, 주중 일본 대사관이 공공장소에서 일본어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은 컸다.
그러나 중국 내부에서도 “애국심과 혐오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역사적 참극을 상업적·정치적 도구로 소비하면, 작품은 단기적 흥행에는 성공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억과 성찰의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731’은 국내 개봉도 확정됐다. 하지만 한국 관객 앞에서의 반응은 단순히 반일 정서를 자극하는 것만으로는 담보할 수 없다.
현재 국내 극장가 박스오피스는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과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반일 감정이 반복적으로 존재하는 한국 사회이지만, 관객은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가 보장된다면 일본 콘텐츠도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이는 ‘731’이 단순히 정치적 정서를 등에 업는 것으로는 한국 관객의 지갑을 열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한다. 즉 영화가 자국 관객의 분노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편적 인권 침해와 인간 존엄의 문제로 확장할 수 있을 때 관객들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731'이 한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려면, 반일 정서 자극을 넘어 역사적 비극을 인류 보편의 인권 문제와 성찰의 차원으로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의 고통을 특정 민족의 분노로만 한정할 때 영화는 피로한 반복에 머무르지만, 인간 존엄을 침해한 보편적 비극으로 풀어낼 때 관객은 작품을 통해 성찰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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