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여아, 살아있는 여신 됐다…'처녀' 뜻하는 쿠마리 등극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5.10.03 14:16  수정 2025.10.03 14:17

네팔에서 32개월 된 여자아이가 이른바 '살아 있는 여신'으로 불리는 '쿠마리'(Kumari)로 새롭게 선출됐다.


ⓒAP 뉴시스


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두 살 배기인 아리야타라 샤카라는 이름의 소녀가 새로운 쿠마리로 선택됐다.


쿠마리는 네팔어로 '처녀'를 뜻한다. 힌두교와 불교 신자에게 신성한 존재로 숭배된다. 보통 2~4세 사이 초경 이전 소녀들이 선택되는데 피부와 머리카락, 눈, 치아에 흠이 없어야 하며 어둠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쿠마리는 카트만두 계곡의 토착민인 네와르족 공동체의 샤카족에서 선발된다.


새로운 쿠마리로 등극한 야리야타라는 가족과 친구, 신도들과 함께 카트만두 거리를 행진한 뒤 카트만두의 사원 궁전으로 입궁했다.


신도들은 야리야타라의 발에 이마를 대고 돈과 꽃을 바치기 위해 줄을 섰다. 발에 이마를 대는 것은 히말라야 국가의 힌두교도들이 가장 큰 존경의 표시로 행하는 행위다.


야리야타라는 2일 네팔 대통령을 포함한 신도들에게 공식적인 첫 축복을 내릴 예정이다.


그의 아버지 아난타 샤카는 "어제까지만 해도 내 딸일 뿐이었지만, 오늘은 여신이 됐다"며 딸이 태어나기 전부터 여신이 될 징조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난타는 "아내가 임신 중 여신이 되는 꿈을 꿨고, 우리는 그때부터 딸이 아주 특별한 사람이 될 거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쿠마리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얻지만 은둔 생황을 해야 한다. 소수의 지정된 친구들만 교류할 수 있고, 1년에 몇 차례 열리는 축제 때만 외출이 허용된다. 이 때문에 은퇴 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네팔 민속 신앙에서는 전직 쿠마리와 결혼한 남성은 젊은 나이에 죽는다는 말이 있어 많은 전직 쿠마리들이 미혼으로 남는다고 한다.


다만 최근에는 쿠마리도 궁 안에서 개인 교사에게 교육을 받고, 은퇴 후에는 네팔 정부로부터 매달 약 110달러(약 15만원)의 연금을 받는 등 제도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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