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APEC서 시진핑 볼 이유 없어”…中 희토류 통제 조치에 경고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10.11 06:53  수정 2025.10.11 06:57

트럼프 “중국산 제품에 대해관세 대폭 인상 검토”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만나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이달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이유조차 사라진 것 같다”고 밝혔다. 중국이 한층 강화된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내놓는 등 APEC과 내달 초 열릴 5차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대놓고 미국 압박에 나서자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거론하며 경고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에서 아주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그들은 점점 더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전 세계 여러 국가에 서한을 보내 희토류 관련된 모든 생산 요소에 대해 수출 통제를 하겠다고 통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중국에서 제조되지 않은 품목들까지 포함해,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에 그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상무부는 앞서 9일 희토류 및 희토류 채굴·제련·분리 등 생산 기술, 생산라인 관련 기술 등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하는 공고를 발표했다. 이 기술들을 수출하려면 중국 상무부가 발급한 이중용도 물자(군용·민간용으로 동시에 활용될 수 있는 물자) 수출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곤경에 처한 미국 등이 자체 희토류 개발에 돌입하자 제조 기술까지 틀어쥐며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이어 하루 뒤 중국 당국은 14일부터 미국 관련 선박에 대해 순(純) t당 400 위안(약 8만원)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역시 14일을 기준으로 중국 선박에 t당 50달러(약 7만 1500원)의 입항료를 부과하고 순차적으로 올리겠다고 밝히자 맞대응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에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런 일은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다”며 “본질적으로 그것은 시장 전체를 ‘막아버리고’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도 큰 피해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전 세계를 ‘인질’로 잡아선 절대 안 되지만, 그것이 바로 그들(중국)의 오랜 계획이었던 것 같다”며 이를 “음흉하고 적대적인 행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 또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자원과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그 힘은 중국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광범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는 그 힘을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다.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며 “그러나 이젠 다르다”며 가시적인 조치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현재 검토 중인 정책 중 하나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상을 콕 집어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그들의 조치에 재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고려 중인 대응 조치 중 하나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상”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시 주석과 (이번 일로) 통화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시 주석에 대한 불쾌감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일은 나뿐 아니라 자유 세계의 모든 지도자에게 큰 충격이었다”며 밝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나지 않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장문의 글을 올려 중국을 거칠게 비난한 것은 최근 중국이 취하는 일련의 ‘압박 행보’를 더는 두고 봐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첨단 산업 및 무기 시스템에서 희토류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를 무기화하며 미국을 더 압박하기 전에 사전 차단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를 도입하고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했다’는 질문에 “우리는 수입을 하고 수출도 하는데,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수입을 하고 있다”며 “어쩌면 그것을 중단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바 있다.


일각에선 미·중 정상회담과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전략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이 앞서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내놓자, 이를 두고 대미(對美) 압박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며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인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두고도 이를 전격 취소한다고 발표했다가 이틀 만에 입장을 거둬들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FT는 “미·중 정상의 대면 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영향력을 더욱 키우려는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최후통첩’을 보냈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협상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정상회담을 앞두고 더 이상 밀려선 안 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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