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편성…성장률 1.8% 승부수
과기정통부, 범국가적 AI 대전환에 5.1조원
장애인 돌봄 강화를에 94억원 편성
AI대전환·복지 확대 속 커지는 재정 부담
기획예산처 현판.ⓒ김지현 기자
2026년 정부 예산은 경제 구조 전환과 저성장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 정책 패키지로 편성됐다. 특히 확장적 재정 운용 기조를 한층 강화하고,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과 복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2026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1% 후반대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2026년 예산 ‘727조원’…경제성장률 1.8% 달성 목표
국회 본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는 727조9000억원 규모의 2026년 총지출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8.1% 증가한 것으로, 사상 처음으로 총지출이 700조원을 넘어섰다.
2026년 예산은 정책펀드와 인공지능(AI) 지원 등에서 총 4조3000억원을 감액하는 한편, 확보된 재원을 활용해 ▲미래 성장동력 확충 ▲민생 지원 ▲재해 예방·국민 안전 ▲지역경제 활성화 분야를 중심으로 총 4조2000억원을 증액했다. 이에 따라 총지출 규모는 정부안 대비 1000억원 순감했다.
이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신산업 투자를 확대하고, 저출생 대응과 미래세대 지원을 통해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함으로써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장애인·노인·위기가구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서민 생계비 부담을 완화하는 등 취약계층과 민생경제 지원에도 정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가뭄·산불 등 각종 재해와 국민 안전에 직결된 예산도 확대했으며, 지역을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AX(인공지능 전환) 등 산업·인프라 관련 예산을 반영했다.
다만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9%, 국가채무는 GDP 대비 51.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부는 단순한 확장 재정이 아닌 전략적·성과 중심의 재정 운용을 통해 재정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경제성장률 1.8% 달성을 위해 예산을 증액했다”고 밝혔다.
2026년 예산 세 축 ‘관세·AI·복지’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뉴시스
2026년 예산은 한미 관세 협상 이행과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투자를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의 ‘2026년 예산안 심의결과’에 따르면 ▲한미 관세협상 이행을 위한 대미 투자 지원 프로그램(1조1000억원) ▲AI 데이터센터 고도화 사업(191억5100만원) ▲피지컬 AI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367억원) 등이 증액됐다.
먼저 한미 관세협상 관련 예산은 지난해 10월 협상이 타결되면서 편성됐다.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통해 수출 불확실성 해소와 미국 시장 진출 기반 강화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향후 350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전략산업에 대한 대미 투자 2000억 달러와 조선 분야 민간투자·선박금융·보증 등 조선 협력 투자 1500억 달러가 추가로 필요해졌다.
AI 분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잡는다. ‘범국가적 AI 대전환’을 목표로 총 5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AI 고속도로 구축, AI 혁신기술 및 인재 양성, AI 확산과 기본사회 구현, 연구개발(R&D) 전반에 AI를 접목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NEXT 전략기술 확보’를 위해 반도체·첨단바이오·양자 등 중점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출연연 재정 구조 개편 등을 포함해 총 5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과기정통부는 “2026년 정부 R&D 예산은 차세대 AI 기술과 피지컬 AI 분야를 비롯해 에너지·탄소중립, 양자·반도체 등 전략기술, 국방 R&D 등 미래 전략산업의 육성과 고도화에 중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예산도 확대됐다. 정부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국비 지원 대상을 모든 지방정부로 확대(183곳→229곳)하고, 의료 취약도와 인구 구조 등을 고려해 지방정부별로 4~10억원을 차등 지원하기로 했다.
장애인 돌봄 강화를 위해서는 총 94억원을 편성했다. 활동지원사 가산급여를 10% 인상하고,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 전문수당을 월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해 돌봄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생계가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는 먹거리와 생필품을 제공하고 사회복지 상담과 연계하는 ‘먹거리 기본보장 코너’의 지원 기간과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24억원을 투입한다.
이러한 기조는 2026년도 예산을 16대 분야로 나눠 살펴봐도 드러난다. 예정처는 “2026년 예산안 심의 결과 사회복지 분야 예산이 248조7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AI·복지 확대 속 재정 부담 커진다…중장기 건전성 ‘관건’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트레일러가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그러나 AI 등 미래 산업 투자와 복지 예산 확대는 재정 지출이 지속적으로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재정 안정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지적된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의 ‘2025~2029년 NABO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2025년 1303조원에서 2029년 1779조2000억원으로 늘어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58.2%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총수입은 638조6000억원에서 769조4000억원으로 연평균 4.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경기 둔화로 인해 세입 증가세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반면 총지출은 704조8000억원에서 840조5000억원으로 확대되며, 연평균 증가율은 4.5%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복지 등 의무지출 증가에 더해 청년·지역 투자 등 재량지출까지 겹치면서 지출 확대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확장 재정이 단기적인 경기 부양 효과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출 효율성 제고와 성과 중심의 예산 구조 개편, 중·장기적인 세입 확충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경기 대응 국면에 있는 만큼, 내수 부진이나 고환율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물가 부담을 재정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혁신 투자와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며 “예산 편성 시마다 이뤄지는 일회성 지출 구조조정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규모는 작더라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래세대의 부담을 무작정 앞당길 수는 없는 만큼, 감세 기조를 재검토하거나 과세 미달 영역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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