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소차부터 그린제철까지...천년고도 물들인 ‘APEC 2025’

데일리안 경주(경북) =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10.30 19:29  수정 2025.10.30 19:29

기술이 외교가 된 현장...한옥 지붕 아래 ‘산업과 예술’

현대차 ‘디 올 뉴 넥쏘’ 시승 부스에 몰린 세계 이목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HyREX’ 산업 전환 방향 제시

하늘에도 스민 AI...대한항공의 미래 항공 산업 비전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개최가 진행 중인 30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 인근에 행사 개최를 알리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데일리안 백서원기자

천년고도 경주 예술의전당 앞마당이 ‘산업 외교의 전시장’으로 변했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기간에 열린 홍보 부스에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참가해 수소차·탄소중립·디지털 항공 등 한국 산업의 미래를 체감형 전시로 선보였다. 예술의 공간 위에서 기술과 외교, 문화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경주 예술의전당 앞 중앙마당에 전시된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경주 예술의전당 앞 중앙마당에 전시된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데일리안 백서원기자
수소차·친환경 철강·AI 항공…K-산업의 현주소


30일 야외 부스 한쪽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이 강화된 신형 모델은 이번 APEC을 통해 글로벌 정상급 외교 무대에 처음 공개됐다. 시승 체험을 마친 한 참가자는 “안정적이고 부드럽다”며 “한국이 수소 모빌리티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직접 체감했다”고 말했다.


수소전기차를 지나자 파란색 컨테이너형 전시관에서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HyREX’ 모형이 작동하고 있었다. 관계자가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이는 방식을 설명하자 관람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벽면에 적힌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향한 혁신’이라는 문구는 산업 전환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번엔 하늘색으로 꾸며진 대한항공 전시관이다. 은은한 조명 아래 ‘AI PILOT’과 ‘DIGITAL MRO’라는 문구가 디지털 항공의 미래를 상징하고 있었다. 전시된 저피탐 무인편대기 시제기 모형은 AI 조종사와 유인 항공기 간 협업이 현실화된 모습을 보여주며 하늘의 산업까지 AI가 깊숙이 스며든 시대를 실감케 했다.


경주 예술의전당 앞 중앙마당에 전시된 포스코홀딩스 부스. 수소환원제철 기술 등이 소개되고 있다.ⓒ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경주 예술의전당 앞 중앙마당에 전시된 대한항공 부스.ⓒ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한옥 기와 밑 산업 외교…K-컬처와 기술의 조우


산업 전시관을 지나면 분위기는 한층 부드러워진다. 잔디 위 한옥 지붕 아래 자리한 ‘K-웨이브 플레이그라운드’에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또 다른 외교 무대가 펼쳐졌다. 첨성대 형상의 미디어 타워가 중앙을 지키고 그 옆에는 한국 전통 문화를 주제로 한 돔형 전시관이 나란히 자리했다.


내부에서는 외국인 참가자들이 한복 전시를 둘러보며 붓글씨 장인에게 이름을 한글로 받아 적었다. 한식 부스에는 김밥과 떡볶이 모형이 진열됐고 한옥 전시관에서는 병풍과 소반, 자개장 등으로 꾸민 전통 생활공간이 사계절 풍경과 함께 재현됐다.


무대에서는 탈춤 공연이 열렸다. 흰 도포를 입은 예술인이 북소리에 맞춰 춤을 추자 외국인 관람객들은 휴대폰을 들어 연신 촬영했다. 산업과 문화, 예술과 기술이 한 공간에서 호흡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한국의 첨단 산업이 ‘문화적 자부심’으로 확장되는 순간, 경주의 하늘 아래에서 미래 산업 외교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었다.


경주 예술의전당 'K-웨이브 플레이그라운드'에 자리한 미디어타워.ⓒ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경주 예술의전당 'K-웨이브 플레이그라운드'에서 한 외국인 관람객이 붓글씨 장인에게 이름을 한글로 받아 적고 있다.ⓒ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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