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필요해" 젠슨 황 한마디... HBM 경쟁, 기술에서 '물량'으로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11.06 06:00  수정 2025.11.06 09:39

HBM 주도권, 이제는 공급 능력… SK·삼성 '캐파 확대' 전면전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SK하이닉스 뉴스룸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시장 경쟁의 초점이 기술에서 물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 모두를 향해 "둘다 필요하다. 한 곳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향후 HBM은 기술보다 물량 및 공급 안정화가 조금 더 중요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 확산 후 GPU 성능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며 엔비디아, AMD 등 주요 AI 반도체 업체들은 차세대 GPU 설계에서 HBM 탑재를 필수 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HBM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며, 메모리 업체의 공급 안정성은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성능 한계에 직결되는 구조로 재편 중이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3강 구도로 형성돼 있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는 HBM3E 수율 안정성과 발열 특성 면에서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먼저 양산 안정화에 성공하며 엔비디아 공급 비중을 늘린 배경이다. 현재 포커스는 증설 및 공급 안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HBM 경쟁의 방향이 이미 바뀌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 3일 'SK AI 서밋 2025'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도 이제는 HBM 개발 속도를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기술력은 이미 증명됐고 앞으로 중요한 건 공급 안정성이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SK그룹은 생산능력(캐파)을 늘리고 기술 개선을 통해 메모리 병목 현상을 해결하고자 한다. 많은 기업들로부터 메모리 공급 요청을 받고 있어서 이걸 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이 깊다. 고객에게 책임지고 공급하는 것이 고객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증산을 위해 내년 중 청주 M15X팹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방침이다. 2027년 가동될 용인 반도체클러스터가 완성되면 청주 M15X팹이 24개 지어지는 효과가 있다고도 최 회장은 설명했다.


SK하이닉스보다 한발 늦었던 삼성전자의 경우 수율 개선과 캐파 확보를 병행하며 HBM3E 물량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HBM4에서는 공정 구조 혁신으로 기술 격차 축소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출하한 상태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내년 HBM 생산 계획분에 대한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내년에 삼성 및 하이닉스와의 협력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양사 모두 엔비디아 사업 지원을 위해 엄청난 규모로 성장할 것이고 그 금액은 수천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HBM 경쟁이 세대별로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BM3E는 고객 인증과 양산 체계가 자리 잡은 만큼 향후 관건은 공급 안정성과 물량 대응 능력이다. 반면 차세대 HBM4는 인터페이스 속도와 적층 수가 확대되면서 발열·수율·패키징 등 공정 완성도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HBM4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에 10나노급 6세대(1c) D램을 적용해, SK하이닉스보다 한 세대 진보된 기술을 사용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생산 안정성이 높은 10나노급 5세대(1b) 공정으로 HBM4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SK하이닉스 역시 6세대(1c)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에 들어간 상태로 이는 HBM4E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의 경우 HBM4에서 입지가 다소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BM은 기술이 일정 수준 성숙해졌다고 해도 AI 수요가 지속되는 한 공급망 신뢰성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결국 시장은 ‘HBM3E의 물량 전쟁’과 ‘HBM4의 기술 경쟁’이 동시에 펼쳐지는 구도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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