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따라 발행어음 사업자 증가
경쟁 심화되면 '부실' 우려 커질 수도
"리스크 관리 포함 모범사례 기대"
키움 사례 참고해 벤처 감독체계 구체화할 듯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4일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를 찾아 발행어음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데일리안 강현태기자
금융위원회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를 '허가'한 다음날, 해당 사업자들을 한 데 모아 건전성과 투자자 보호를 강조했던 금융감독원이 또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강조하며 발행어음 인가 등 증권사 운신 폭을 확대해 주고 있지만, 향후 건전성 악화 및 소비자 피해 발생 우려가 있는 만큼, 금감원이 모범사례 발굴을 통한 감독 체계 구축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24일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를 찾아 발행어음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키움증권의 모험자본 투자 계획, 투자자 보호 방안, IT 안정성 강화 방안을 청취했고, 키움증권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금창원 쓰리빌리언 대표이사와 화상 간담회도 진행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단기금융업인가를 받아 판매하는 상품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이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키움증권도 지난주 인가를 획득했다.
이 외에도 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삼성증권·메리츠증권 역시 인가 절차를 밟고 있어 발행어음 사업자가 추가될 전망이다.
특히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실사 단계까지 마쳐 조만간 최종 인가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해 1년 이내 약정수익률로 원리금을 지급하는 단기 금융상품이다.
예적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데다 만기가 짧고 개인 투자자도 예금처럼 가입할 수 있다. 대형 증권사가 발행하다 보니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만, 원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예금자보호 대상에서도 빠져있다.
정부 모험자본 활성화 정책으로 발행어음 사업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앞세운 상품을 쏟아낼 경우, 향후 경기 악화 국면 등에서 재무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이는 투자자 피해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해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9월 한국투자증권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1~9월) 영업이익은 2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이지만, 고위험 고수익 구조라는 점에서 일각의 우려가 제기되는 모양새다.
만기가 1년 미만인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단기자금을 장기 기업금융 및 벤처캐피탈에 투자하는 '자산-부채 미스매치'가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4일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를 찾아 발행어음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금융감독원
같은 맥락에서 이 원장은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에 따른 부작용을 염두에 두고 증권사들이 건전성을 강화해야 소비자 보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모험자본 활성화 정책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투명성 관련 부분들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제가 벤처 투자 경험이 있는데, (사업자 중에) 몽니를 부리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투명하게 하지 않고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도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모험자본이 대규모로 공급되는 과정에서 벤처기업이 불리한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고 투자를 확보할 경우, 부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원장은 "키움증권이 종투사로서 모범 전례를 만들 때 리스크 관리 모델도 적극 검토해 보면 어떨까 한다"며 "자본 완충 능력이 있고, 버퍼가 있어 안전하다는 부분을 고객들에게 보여준다면 소비자 보호에 있어 가장 큰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례로 이 원장과 화상간담회를 진행한 금창원 대표는 상장에 이르는 8년여 동안 키움증권 측에 기술 개발 상황, 사업 성과 등을 담은 '월간 리뷰'를 빠짐없이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월간 리뷰를 금융당국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언급하면서도 "기업들이 매우 불편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4일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를 찾아 발행어음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이 원장이 금창원 쓰리빌리언 대표이사와 화상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아울러 이 원장은 리스크 관리를 포함한 키움증권의 모험자본 공급 사례를 참고해 향후 벤처 분야 감독 체계를 구체화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관리 감독 체계가 벤처 쪽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있다"며 "키움이 벤처 기반에서 성장한 기업인 만큼, 특히 모험자본 분야에서 좋은 선례를 만들어 업계에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기에 현장에서 같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더라도 불편해하지 마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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