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치 올해 1.0%·내년 1.8%
반도세 경기 호조에 관세 이연 영향
정부 확장적 재정정책도 성장 끌어올려
고환율, 물가 올리고 양극화 심화 초래
박경훈(왼쪽부터) 한국은행 모형전망팀장, 가국 물가동향팀장, 이지호 조사국장, 김웅 부총재보, 박창현 조사총괄팀장, 백재민 국제무역팀장, 박세준 국제종합팀장이 경제전망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올해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미국 관세 영향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내수 역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수출 및 소비 개선이 지속적인 추세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27일 한은 조사국이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1.0%로 전망했다. 기존 8월 전망치인 0.9%에서 0.1%포인트(p) 올린 수치다.
내년 성장률은 1.6%에서 1.8%로 0.2%p 올렸다.
이번 전망치 상향은 미국 관세 영향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경기 호조와 내수 회복세에 힘입어 성장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앞서 발표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2%를 기록하며, 수출과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뚜렷한 회복 흐름을 보였다.
4분기에는 전분기 기저효과와 관세 부과 품목 중심의 수출 둔화로 성장률이 0.2%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회복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성장률을 1.8%로 올려잡은 이유로는 우선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가 꼽혔다.
특히 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고성능·범용 반도체 품목 모두 견조한 수요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된 동시에 반도체 관세 부과 전제 시점을 늦춘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기존 내년 1분기에서 3분기로 이연해 전제했다.
또 관세 부과 수준도 미국 경제의 AI 투자 의존도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하게 부과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김웅 부총재보는 "현재 미국 경제 성장이 AI 투자 부분에 상당 부분 의존을 하고 있는데 반도체 관세를 전면적으로 과하게 부과하기에는 미국 경제 스스로도 큰 부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 및 미중 무역갈등 완화 등도 성장을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2.1%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 8월 전망인 2.0%, 1.9%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국제유가 하락 등 하방 요인에도 불구하고, 높아진 환율과 내수 부진 완화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300억 달러의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지난 8월 전망(850억 달러) 경로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됐다.
AI 서버 수요 확대에 따라 반도체 가격이 오르는 등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어서다.
반면 반도체와 고환율이 성장 경로를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은은 반도체 등 일부 부문의 성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완연한 경기 회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제조업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성장률은 1.4%"라며 "굉장히 낮은 성장세에서 1.4%로 가는 걸 가지고 좋은 성장, 충분한 성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지호 한국은행 조사국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또 최근 이어지는 고환율 역시 물가 상승 압력뿐만 아니라 경기 양극화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과 환율·유가 움직임이 향후 성장 및 물가 경로에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국장은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그 나라의 경제 구조 등과 맞물려서 경기 양극화가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수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경기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는 게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에 대해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청신호로 해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망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반도체 외 비IT 부문의 부진이나 부동산발 리스크 등 우리나라 내부 리스크에 대해 경계감을 늦추면 안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우리나라 성장이나 물가 경로에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리스크 요인들을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정책 조합을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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