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증가세는 완화됐지만
여전히 올해 목표치 큰 폭 초과
새해에도 숨통 트이기 어려워
서울 시내 한 은행 인근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이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를 이미 초과 달성하면서 연말 대출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설상가상 내년에도 이 같은 '대출 조이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택 구입 등을 앞둔 실수요자들의 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75조6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9000억원 늘었다.
지난 3월 1조6000억원 증가한 이후 가장 작은 증가세다.
주택담보대출의 증가폭은 더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달 말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935조5000억원으로 전월보다 7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3월 5000억원 증가한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저 증가폭이다.
이처럼 증가폭은 확연히 축소됐지만,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는 이미 초과한 상황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 4일 기준으로 총 6조3451억원으로, 이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올해 목표치인 5조9493억원을 6.65% 초과한 수치다.
은행들은 주담대 등을 막으며 대출 관리에 힘써왔음에도 목표치를 넘어선 것이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은행권의 대출 관리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달 중 주담대 상환분이 대거 보충될 경우 연말 목표치를 맞출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전반적인 대출 조이기 흐름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대출 조이기 흐름이 통상적으로 대출 총량이 다시 풀리던 새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은행권은 연말에 대출을 조였다가 새해가 되면 총량 목표가 새로 설정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자금을 마련할 기회가 생긴다.
그러나 내년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은행권은 이달 중으로 금융감독원에 내년도 가계대출 경영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1월 중순에는 금융당국과 조율을 거쳐 내년도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가 확정된다.
금융권에서는 내년도 목표치가 올해보다 더욱 보수적으로 설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은행권이 올해 목표치를 넘기게 될 경우 그 초과분을 내년도 대출 한도에서 제외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내년도 대출 한도는 올해보다도 더 조여질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정부는 올 상반기 6·27 대책을 통해 연초 계획을 깨고 하반기 대출 공급을 연초 계획 대비 절반으로 줄이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은행들이 연초부터 보수적으로 가계대출 공급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장 자금 마련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실수요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상품에 대해서는 대출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정책금융 상품은 서민·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가계대출 총량 관리의 예외로 분류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히 정책금융의 제한을 두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보다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정책금융의 공급 속도나 규모가 실수요자들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정책금융의 이용 조건이 모든 실수요자를 포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도 목표치도 올해보다 낮게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초에 대출 여력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전문가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는 불가피하더라도, 실수요자의 자금 수요가 막히는 일이 없어야 하지 않겠냐"며 "정책당국이 보다 면밀하게 시장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