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보다 훨씬 큰 체급, 팰리세이드보다 긴 전장
부드러운 디자인과 달리 차선에 꽉 차는 주행 감각
273마력 터보로 덩치 대비 힘은 충분
폭스바겐 ‘더 뉴 아틀라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아, 팰리세이드보다 큰 거예요? 어쩐지….”
지난달 28일 경기도 양평에 도착해 폭스바겐 ‘더 뉴 아틀라스’에서 내리며 무심코 내뱉은 말이다. 서울에서 양평까지 곧바로 출발하느라 차량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채 운전대를 잡았고 그 탓에 차의 체급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막상 내려서 찬찬히 둘러보니 현재 국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에 맞설 만한 덩치였다.
다만 인상은 달랐다. 큼직한 차체임에도 둥글고 유려한 곡선과 세련된 색감 덕분에 ‘아빠차’나 ‘패밀리카’에서 흔히 느껴지는 이른바 ‘아재미’는 한결 덜했다. 팰리세이드의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서울과 경기도 양평을 왕복하며 1박2일간 아틀라스를 직접 타봤다.
폭스바겐 ‘더 뉴 아틀라스’ 정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타기 직전까지 체급이 이 정도로 크다는 인상을 받지 못한 데에는 디자인의 영향이 컸다. 팰리세이드가 각진 헤드램프를 앞세운 전형적인 대형 SUV로 ‘테토남(테스토스테론 성향이 강한 남성 이미지)’에 가깝다면 아틀라스는 결이 다르다. 헤드램프는 고양이 눈매처럼 위로 치켜 올라가 있고 라디에이터 그릴 면적도 상대적으로 절제돼 있어 덩치 대비 투박함이 덜하다. 전체 인상은 힘을 과시하기보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앞세운 ‘에겐남(에스트로겐 성향인 남성 이미지)’에 가깝다.
폭스바겐 ‘더 뉴 아틀라스’ 헤드램프. ⓒ폭스바겐그룹 코리아
특히 야간에는 전면부 인상이 확연히 달라진다. 은은하게 빛나는 폭스바겐 로고와 헤드램프 라이팅이 전면을 가로지르며 시선을 끌어당긴다. 크기를 드러내기보다 빛과 선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예쁜 외모와는 달리 운전하는 내내 차선에 ‘꽉’ 끼어 달리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초보운전자라서 이렇게 느끼는 것인지 스스로를 의심하며 핸들을 잡아야 했다. 특히 터널 구간에서는 차체 옆면이 벽을 ‘드드득’ 스치고 지나가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로 긴장감이 컸고 자연스럽게 온 신경을 차폭 감각에 집중한 채 주행하게 됐다.
신형 아틀라스는 전장 5095mm, 전폭 1990mm, 전고 1780mm에 이르는 대형 SUV다. 특히 전장 5095mm는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동급 대형 SUV 가운데 가장 길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SUV인 팰리세이드(전장 5060mm, 전폭 1980mm, 전고 1805mm, 휠베이스 2970mm)와 비교하면 전고를 제외한 전장과 전폭에서 모두 더 크다. 숫자만 놓고 봐도 아틀라스의 체급 우위는 분명하다.
폭스바겐 ‘더 뉴 아틀라스’ 측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덩치만큼 차문은 확실히 무거운 편이다. 비탈길에 차를 세워 운전석은 아래쪽으로 기울고 조수석이 위에 있는 상태에서 문을 열려 하자 성인 여성이 두 손으로 밀어도 쉽게 열리지 않았다. 차체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문 무게가 그대로 실리며 체급이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무겁다고 잘 안 나갈거란 생각은 경기도 양평이 아니라 오산이다. 신형 아틀라스에는 최고출력 273마력의 2.0ℓ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간다. 과거 6기통 엔진 대신 성능과 효율이 개선된 2.0 TSI 단일 엔진 체제로 운영된다. 최대토크 37.7kg.m은 1600rpm부터 발휘돼 큰 차체도 출발이 굼뜨지 않다. 다만 서스펜션은 딱딱하게 느껴져 다소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엔진음도 약간 거슬릴 정도로 잘 들렸다.
폭스바겐 ‘더 뉴 아틀라스’ 앞좌석.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폭스바겐 ‘더 뉴 아틀라스’ 내부.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폭스바겐 ‘더 뉴 아틀라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최대 2268kg까지 견인할 수 있어 카라반이나 트레일러를 끌기에도 무리가 없다. 적재 능력은 차량 이름을 떠올리면 직관적으로 이해된다. 아틀라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하늘을 떠받든 티탄족 ‘아틀라스’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제우스에게 끝까지 저항한 가장 강인한 티탄으로 ‘인내’와 ‘힘’을 상징하는 존재다. 폭스바겐은 이 이름에 대형 SUV에 걸맞은 견인력과 적재력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이 상징은 공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583ℓ로 동급 최대 수준이며 3열을 접으면 1572ℓ, 2열까지 모두 폴딩하면 최대 2735ℓ까지 확장된다. 모든 시트를 접었을 때 바닥이 평평해지는 ‘플랫 폴딩’을 지원해 공간 활용도가 뛰어나고 캠핑, 서핑, 낚시 등 대형 장비를 싣는 아웃도어 환경에도 부담이 없다. 크고 여유로운 차체가 단순한 체급 경쟁을 넘어 실제 쓰임새로 이어진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폭스바겐 ‘더 뉴 아틀라스’ 트렁크.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패밀리카’ 시장을 공략하는 만큼 아틀라스는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것도 장점이다. 일반적인 6~7인승 SUV는 2열 시트를 접어야 3열로 이동할 수 있어 카시트를 설치하면 출입이 사실상 막힌다. 아틀라스는 카시트를 단 상태에서도 2열 시트 전체가 앞으로 슬라이딩돼 성인도 무리 없이 3열에 오르내릴 수 있다. 다자녀 가구에서 실제로 불편했던 지점을 정확히 짚어 개선한 구조다.
폭스바겐 ‘더 뉴 아틀라스’ 엠비언트라이트.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폭스바겐 ‘더 뉴 아틀라스’ 디스플레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차체가 큰데도 썬루프가 분할되지 않은 단일 구조라 내부 개방감도 좋다. 시야가 끊기지 않아 상부 공간이 더 넓게 느껴진다. 엠비언트 라이트도 좌우로 시원하게 가로지르며 퍼져 체급 이상의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디스플레이는 다소 작은 편이다.
희소성 역시 팰리세이드와 차별화되는 경쟁력이다. 아틀라스는 올해 5월 국내에 처음 들어온 모델로 한 블록마다 마주치는 팰리세이드와 달리 도로 위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다.
폭스바겐 ‘더 뉴 아틀라스’ 후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폭스바겐 ‘더 뉴 아틀라스’ 후측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그렇다고 검증되지 않은 차는 아니다. 아틀라스는 대형 SUV 수요가 큰 미국 시장을 겨냥해 2017년 처음 출시된 모델로 현지에서 꾸준히 인기를 쌓아왔다. 지난해 미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1% 늘며 티구안에 이어 폭스바겐 브랜드 내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차로 기록됐다.
6000만원대의 가격 경쟁력도 아틀라스의 강점이다. 가격은 R라인 7인승 6770만1000원, R라인 6인승 6848만6000원이다. 수입차라는 메리트에 넉넉한 실내 공간, 풍부한 편의·안전 사양을 갖췄음에도 합리적이다. 북미 시장에서 판매 중인 동일 사양과 비교해도 국내 판매가는 낮은 편으로 대형 SUV 시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타깃
-팰리세이드는 너무 흔해서 주차장에서 찾기 힘들다면
-아빠차는 필요하지만 아재미까지는 사양인 ‘영포티’
▲주의할 점
-북미 기준으로 태어난 차라 국내 골목과 지하주차장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아령은 넣어두자, 차문만 열고 닫아도 운동이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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