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 해소 세제 패키지 발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에 세제지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60원 밑으로 거래중인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해외 증시에 투자해온 ‘서학개미’들이 보유 주식을 팔고 국내 자본시장으로 돌아올 경우 정부가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는 혜택을 제공한다.
기획재정부는 24일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촉진하고 외환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달러 강세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쏠림 현상으로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자, 정부가 세금 감면을 미끼로 해외 자금의 국내 환류를 유도하는 ‘외환시장 안정 세제 패키지’를 꺼내 들었다.
이번 방안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1611억 달러(약 239조원)에 달하는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 잔액 중 상당 부분을 국내로 전환시켜 외화 공급 확대 효과를 내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 복귀 시기 따라 최대 100% 혜택
정부는 우선 국내로 돌아오는 투자자들에게 세제 지원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 ‘국내시장 복귀계좌(RIA·Reshoring Investment Account)’를 신설한다. 지원 대상은 올해 12월 23일까지 보유하고 있는 해외 상장 주식을 매각한 대금을 3개월 이내에 국내 상장 주식(코스피·코스닥)에 재투자해 1년 이상 보유하는 경우다.
감면 혜택은 자금의 국내 복귀 시점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2026년 1분기 내에 국내로 복귀할 경우 양도소득세의 100%를 감면받을 수 있다. 2분기 복귀 시 80%, 하반기 복귀 시에는 50%의 감면율이 적용된다.
박홍기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만약 본인이 갖고 있는 해외주식을 내년 1월에 팔아 RIA에 이체한다고 하면 해외주식 양도세는 2027년 5월에 내게 되고, 그 때 (양도세) 감면 혜택을 준다는 것”이라며 “내년 7월에 판다면 2027년 5월에 1년이 안되지만 일단 감면을 하고, 그 사람이 국내 주식을 1년 이상 보유하지 않을 경우 추징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에서 얻은 수익을 국내로 들여와 국내 증시의 수요 기반을 확충함과 동시에 외환시장의 달러 공급을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환헤지 상품에도 세제 인센티브 부여
서학개미들이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도 환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환헤지에 대한 세제 지원도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주요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을 신속하게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해당 상품을 통해 환헤지를 실시할 경우 양도소득세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인별 환헤지 인정한도를 연평균 잔액 기준 1억원까지 설정하고, 환헤지 상품 매입액의 5%(최대 500만원)를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계산 시 추가 소득공제 해준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해외주식을 팔지 않고도 미래 환율 하락(원화 강세)에 따른 환손실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고, 외환시장에서는 즉각적인 외화 공급 증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수출기업 해외 배당금 법인세 혜택↑
수출기업의 해외 유보 자금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국내 모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대한 법인세 혜택도 늘어난다.
현행 95%였던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률’을 100%로 상향 조정해 배당금 전액에 대해 법인세를 면제한다. 이는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국내로 환류시켜 투자와 고용에 활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개인 투자자에 대한 세제 패키지를 마련한 이유에 대해 “전체 내국인의 해외 증권 투자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이전 10% 미만이었으나 현재는 30%를 상회하고 있다”며 “특히 개인 해외 투자의 경우 대부분 환오픈(환헤지를 하지 않음) 경향을 띔에 따라 해외 투자 규모만큼 달러 매수가 나오면서 환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지영 관리관은 RIA나 환헤지에 세제 혜택을 주는 시점과 관련해 “지금 시점이나 금액 등이 불분명한 것은 증권사들이 관련 상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많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고 1월 말에서 2월 초 정도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세제 패키지 발표와 함께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강력한 구두개입에 나섰다.
기재부와 한은은 24일 오전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당국의 강력한 의지 표명 이후 원·달러 환율은 급락해 이날 오전 10시 15분 기준 전거래일보다 20.8원 내린 1462.8원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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