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형의 HR 톡톡] ④ AI 확산 이후, 채용에서 더 중요해진 것들

박영민 기자 (parkym@dailian.co.kr)

입력 2025.12.26 13:14  수정 2025.12.26 13:15

ⓒ손원형 사단법인 한국전문면접관협회장

2025년 HR 업계의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인공지능(AI)의 확산이다. 채용부터 평가, 교육에 이르기까지 AI는 불과 몇 년 사이 조직 전반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의 ‘2025년 기업 채용동향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6.7%가 인사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공식적인 채용 절차에 AI를 도입한 비율도 21.7%에 달한다. 특히 AI 기반 인적성·역량 검사, 지원 서류 검토, 그리고 AI 면접과 대면 면접을 결합한 방식이 눈에 띄게 확대되었다. 청년층 역시 취업 준비 과정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준비, 기관·기업 정보 탐색 등에서 AI는 이미 익숙한 도구가 됐다.


AI가 채용과 취업 준비 과정에 활용되면서, 조직이 새롭게 마주한 과제는 ‘AI가 제시한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기술이 제공하는 정보의 양은 크게 늘어났지만, 그 의미를 해석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역할은 여전히 사람에게 남아 있다.


조직이 인재를 평가하는 기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전문성’을 가장 중요한 채용 요건으로 꼽고 있으며, 전공과 인턴 경험, 직무 관련 교육·훈련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공공기관 역시 직무 중심 평가와 역량 기반 선발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면접관과 HR 담당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구조화된 면접을 통해 비교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며, 면접 과정에서는 지원자의 답변뿐 아니라 비언어적 태도와 사고의 흐름까지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아울러 AI가 제시한 점수나 분석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고 개인의 경험과 가능성을 함께 판단하는 시각이 요구된다.


채용 환경이 달라지면서 구직자를 지원하는 방식도 변하고 있다. 주요 공공기관과 기업은 면접 탈락자에게 피드백을 제공하고, 역량을 다시 점검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코칭을 운영하며, 직무 이해를 돕는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채용을 단순한 선발 절차가 아닌 인재 성장을 지원하는 과정으로 보는 관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2026년을 앞둔 지금, 채용 환경의 핵심 키워드는 ‘AI와 사람의 공존’이다. 조직은 AI를 통해 효율과 객관성을 높이되, 인성과 협업 같은 본질적 가치를 중심에 둬야 한다. 면접관은 다양한 정보와 관찰을 바탕으로 지원자의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취업 준비생은 스스로 쌓아온 경험과 노력, 그 과정에서 성장과 배움을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AI는 준비를 돕는 유용한 도구일 뿐, 진정성과 직무 적합성은 결국 직접 쌓아온 경험과 태도에서 드러난다.


AI 확산 속에서도 채용의 기준은 오히려 더 분명해지고 있다. 기술은 채용의 방식을 바꾸고 있지만, 사람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려 했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채용의 중심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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