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전망보고서] 정유는 버티고 화학은 기다린다…엇갈린 '희비'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1.14 06:00  수정 2026.01.14 06:00

정유는 유가 약세에도 정제마진 강세로 실적 방어

석유화학은 단기 부진 속 구조조정이 회복 변수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올해 국내 정유와 석유화학 산업은 같은 에너지 업종 안에서도 흐름이 뚜렷하게 갈릴 전망이다. 정유는 유가 약세 국면에서도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지며 실적 방어력이 확인되고 있는 반면 석유화학은 단기 실적 부진을 감내하는 대신 글로벌 구조조정 진전에 따른 중장기 업황 회복 기대가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같은 원유를 출발점으로 삼지만 수급 구조와 비용 전가 방식의 차이가 올해 산업 지형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마진 강세 흐름이 올해 초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가가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대러시아 제재 강화 움직임과 동절기 수요가 맞물리며 디젤을 중심으로 한 석유제품 수급이 빠르게 타이트해졌다.


특히 유럽 내 정제품 재고 축적 수요가 늘어나며 휘발유와 등유 경유 가격이 강세를 보였고 이는 정제마진 개선으로 직결됐다. 유가 방향과 무관하게 제품 스프레드가 개선되는 전형적인 정유 업황 우위 국면이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원가에 직접 반영되는 공식판매가격(OSP)은 연말부터 하락세를 보였지만 래깅 효과를 감안하면 4분기 기준 원가 부담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가 하락 국면에서 재고평가손실 반영은 불가피했지만 각 사의 재고 인식 구조를 고려할 때 손실 규모는 관리 가능한 수준에 머문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정유사 석유화학 부문에서 비중이 가장 큰 파라자일렌(PX) 마진이 소폭 개선되며 화학 부문 역시 실적 방어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는 유가 약세에도 불구하고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지며 국내 정유사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전남 여수시 유탑마리나호텔에서 '석유화학·철강산업 생태계 유관 기업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석유화학 업계의 단기 실적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지난해 4분기는 연말 비수기와 역내 공급 과잉이 동시에 이어지며 주요 범용 제품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유가 하락에 따라 납사 가격도 동반 하락했지만 수요 부진 속에서 제품 가격 하락폭이 더 크게 나타나면서 스프레드는 전반적으로 축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정기보수 연말 성과급 구조조정 관련 비용 등 일회성 비용이 대거 반영되며 실적 부담이 확대됐다.


이로 인해 나프타분해설비(NCC) 기반 석유화학 업체와 중소형 업체들은 전분기 대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며 컨센서스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 단기 실적만 놓고 보면 올해 초까지도 업황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범용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유지하는 기업일수록 가격 경쟁 심화와 고정비 부담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다만 시장의 시선은 점차 단기 실적보다 구조적인 변화로 이동하고 있다. 유럽과 한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구조조정이 올해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수급 균형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공멸을 피하기 위한 감산과 설비 통폐합 논의를 공식화하고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공급 과잉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변수로 평가된다. 증권업계는 연말 비수기와 일회성 비용으로 단기 실적은 부진하지만 글로벌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중장기 업황 회복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다고 진단한다.


여기에 오펙플러스(OPEC+) 증산 재개와 러시아발 공급 변수로 국제 유가 하방 압력이 이어질 경우 이는 석유화학 업계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원가 부담이 낮아지는 가운데 구조조정에 따른 공급 축소가 병행될 경우 제품 스프레드 회복의 탄력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황 회복의 속도는 구조조정 실행 시점과 범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방향성 자체는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유럽의 대러시아 제재 강화를 앞두고 디젤 재고 축적 수요가 늘어나면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유가가 하락하면서 재고 관련 손실이 일부 발생할 수 있지만, 제품 판매 수익인 마진이 이를 충분히 상쇄하며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석유화학 업계는 연말 비수기와 공급 과잉으로 인해 단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고 있지만, 2026년부터 한국과 유럽 등 글로벌 설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점차 해소되는 회복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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