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대가 ‘뉴노멀’인가…한국경제, 펀더멘털 변화 시험대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1.13 10:36  수정 2026.01.13 17:25

2021년 이후 평균 환율 15% 급등…고환율 기조 상시화

글로벌 달러 강세에 해외투자 열풍 ‘설상가상’

환율 상승 기대심리가 쏠림 현상 부추겨

KIEP “중장기적 국가경쟁력 제고 병행 시급”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수출 중심에서 해외 자산 투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제미나이

최근 원·달러 환율이 2021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며 1400원을 상회하는 고환율 기조가 상시화되고 있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1128.9원 수준에서 안정적인 등락을 보였던 환율은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평균 1304.9원으로 약 15.6% 급등했다.


특히 2024년 이후에는 원화 가치의 평가절하 폭이 다른 선진국이나 신흥국 통화보다 상대적으로 더 가파르게 나타나는 흐름이다. 단순한 대외 변수를 넘어선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과거 우리 경제는 수출이 잘 돼 경상수지 흑자가 나면 원화 가치가 오르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펀더멘털’이 과거의 수출 중심 구조에서 해외 자산 투자 중심으로 그 흐름의 체질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불확실성과 달러 강세의 습격


최근 이례적인 환율 움직임은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달러 강세가 큰 요인으로 꼽힌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차 확대와 지정학적 리스크, 무역 불확실성 등이 글로벌 위험회피(Risk-off) 현상을 자극하며 달러 선호 현상을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요인과의 동조성이 더욱 강해졌다. 글로벌 요인의 환율 변동 기여율은 2011~2019년 평균 37%에서 2020년 이후 42.0%로 상승했다.


그중에서도 달러인덱스가 환율 변동을 설명하는 비중은 과거 4.6%에서 최근 15.6%로 11%p나 확대되며 고환율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서학개미’와 해외투자가 부른 원화 약세


글로벌 요인을 제외한 국내 고유 요인 중에서는 거주자의 해외투자 확대가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증권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달러 수요를 구조적으로 떠받치고 있다.


대내외 투자 흐름 가운데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 기여율은 2020년 이후 평균 35.9%를 기록해 과거(19.8%) 대비 16.1%p나 상승했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증권 투자나 직접투자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GDP 대비 해외증권 투자가 1%p 증가할 때마다 월간 원·달러 환율 상승률은 약 0.2%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투자 자본의 해외 유출이 원화 약세를 고착화시키는 구조적 채널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기대심리 가세하며 ‘시장 쏠림’ 현상 심화


문제는 장기간 누적된 고환율 경험이 경제 주체들의 추가 상승 기대심리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달러인덱스가 하락하거나 해외투자 요인이 약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다시 반등하는 등 펀더멘털과 괴리된 ‘시장 쏠림’ 현상이 빈번하게 관측되고 있다.


특히 2025년 10월 이후부터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쏠림 구간이 나타나고 있다. 환율 상승 기대가 확산하면서 상승이 상승을 부르는 꼬리 물기식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시장의 막연한 불안감이 실제 달러 매수세로 이어지며 환율을 다시 끌어올리는 악순환의 반복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환당국은 단기적으로 급격한 변동성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투자 환경 경쟁력 강화와 자본 흐름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지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 부연구위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은 환율 상승 기대 확산이 수급 쏠림을 증폭시킨 데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이어 “단기적으로는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되,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가계와 연기금의 해외자산 선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제고와 대외건전성 확보를 위한 구조적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