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튜브 가학성 논란에도 멈추지 않은 키즈 콘텐츠 확산
재민이, 문메이슨, 윤후, 삼둥이…. 2000년대 이후 TV 육아 예능은 수많은 '랜선 조카'를 만들어왔다. 카메라 앞에서 울고 웃는 아이들의 모습은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확실한 카드이자 가족 예능 포맷의 핵심 장치였다.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단지 플랫폼의 확장은 이 장치를 변형시켰고 다양한 논란도 야기했다.
ⓒMBC
2000년대 초반 'god의 육아일기'를 시작으로 '헬로 베이비',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TV 육아 예능은 대부분 주 1회 편성·촬영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방송사는 촬영 일정과 동선을 사전에 짜고 스튜디오·야외 세트를 오가며 촬영을 했다. 아역·청소년 출연자 보호는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방송법·근로기준법·청소년보호법 등 기존 제도 아래 놓여 있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방송이 올드 미디어에서 뉴 미디어로 진화하면서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 서는 무대도 방송국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갔다. 유튜브·쇼츠·인스타그램에는 태하, 유준이, 이진이 같은 아이들이 등장하는 육아 브이로그·키즈 채널이 넘쳐난다. 채널 구독자는 수십만명, 광고·협찬 수익 규모도 TV 못지않다는 말이 나온다.
유튜브 시대 육아·키즈 콘텐츠의 구조는 다르다. 집 거실·침실·놀이방·차 안까지 모두가 촬영장이 된다. 채널 운영자는 대부분 부모이고 이들이 PD·촬영자·편집자를 모두 겸한다. 촬영과 일상, 놀이와 일의 경계가 흐려지기 쉬운 환경이다.
배나래 건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 TV 예능은 촬영장과 집이 비교적 분리돼 있었지만 지금은 가정이 24시간 잠재적 스튜디오가 된 상황"이라며 "아이 입장에서는 집이 더 이상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언제 카메라가 켜질지 모르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양육자이면서 동시에 프로듀서 역할을 맡는 이중 관계가 생기면서 아이가 울거나 힘들어할 때 부모가 촬영을 계속할지, 아이를 먼저 돌볼지 갈등하게 되는 구조도 우려된다"며 "이는 아이의 애착 형성과 자존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보람튜브' 채널
국내에서 키즈 크리에이터의 인권 보호 논쟁에 불을 붙인 대표 사례로는 유튜브 보람튜브 채널의 아동 학대 논란이 있다.
이 채널은 부모가 6세 아동을 장난감 자동차에 태워 실제 도로를 달리게 하거나, 강도로 분장한 어른이 아이를 놀라게 하는 영상 등을 업로드해 조회수를 위해 아이에게 가혹 행위를 한다는 논란을 일으켰고 이에 세이브칠드런은 2017년 아동학대 혐의로 보람튜브를 고발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측은 "위 행동들은 아동이 느낄 공포와 위험을 생각하면 보호자가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며 "보람튜브 외에도 아동학대 혐의로 여러 아동 유튜브 채널을 고발했으나 한 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됐고 한 건은 아동보호 사건으로 송치됐으나 이후 구체적 조치가 어떻게 이어졌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보람튜브 논란으로 아동학대 고발이 이어졌지만 이를 계기로 키즈 콘텐츠 전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거나 제작 기준이 정비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수익 구조를 드러내며 키즈 콘텐츠 확산의 분기점이 됐다. 해당 채널이 수십억원대의 광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튜브에서 아이의 일상 자체가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진 것이다.
보람튜브를 중심으로 분석한 '키즈 크리에이터 콘텐츠 수용 행태 연구'에 따르면 유튜브 키즈 카테고리에는 하루 100만개의 동영상이 올라오고 조회수는 5억회가 넘는다. 아이의 귀여움과 천진함이 소비와 결합해 상업 콘텐츠화된 것이다. 다만 아이들을 콘텐츠로 소비하는 행위는 아동의 권리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수익 분배·노동 시간·사생활 보호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2020년 인터넷개인방송에 출연하는 아동, 청소년 보호를 위한 지침을 발표했다. 방통위는 "심야(22~6시) 출연 자제, 휴게시간 없이 3시간 이상, 하루 6시간 이상 생방송 금지" 등을 권고하면서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신고·댓글 중지 등 기술적 조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 지침은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이다. 방통위 측은 "지침은 자율 준수를 유도하는 성격이라 이 조항 위반 여부만 따로 모니터링하거나 제재하는 체계는 없다"며 "현재는 미성년자 출연 음란물·성착취 등 명백한 불법 정보에 대해서만 정보통신망법과 방송심의 절차를 통해 삭제·차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이 나오는 인터넷 방송을 어느 기준으로 규율할지, 어떤 법을 개정할지에 대해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TV 방송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를 맡고 아동학대·성범죄 등은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등이 각자 모니터링을 수행한다. 그러나 부모가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SNS 채널에서 일어나는 가정 내 촬영은 어떤 기관의 레이더에도 또렷하게 걸려 들어가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김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센터장은 "독일처럼 생후 몇 개월 미만은 출연 금지, 영유아 촬영 시간 상한 같은 세분화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오래 했지만 아직 법제화 단계까진 가지 못했다"며 "대형 키즈 유튜버가 MCN·기획사와 계약을 맺으면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상 '대중문화예술인'으로 볼 여지는 있지만 부모가 직접 운영하는 채널은 사실상 제도 밖에 있다. 집이 곧 촬영장이 된 아이들에 대해 어떤 보호 원칙을 세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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