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맨' 자처하는 李대통령…연일 X로 강경 국정 메시지 왜? [정국 기상대]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6.02.04 00:00  수정 2026.02.04 00:00

최근 소셜미디어에 부동산 글 연이어 게시

李 "망국적 투기 무슨 수 써서라도 잡겠다"

말 한마디가 곧 쟁점…'직설 정치' 명암도

'정책 검증'보다 공방만 부각될 우려 제기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다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정치의 전면으로 끌어냈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SNS를 통해 직접 여론을 주도하며 행정 추진력을 확보해 온 이 대통령이 다시 SNS를 국정 메시지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모습이 연일 나타나고 있다. 정책 설명을 넘어 시장과 언론, 국회를 동시에 겨냥한 신호 발신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3일 데일리안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두 달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을 세어 본 결과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각각 43건, 65건으로 나타났다. 이번 달의 경우 이날 기준으로 12건을 올리기도 했다. 새벽 시간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설탕 부담금·위안부 모욕 논란·행정통합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들을 연이어 다루며 직접 논쟁의 한복판으로 들어섰다.


이 대통령의 엑스에 올린 게시글을 보면 부동산 정책이 대다수였다. 특히 지난해 12월의 게시글 중에는 부동산 관련 언급이 한 건도 없었던 점을 보면 기류 변화가 분명하다. 이달 들어서도 7건이 추가됐다. 이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언급은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 이후부터 급속도로 집중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엑스에 '1주택도 1주택 나름…' 이라는 게시글에서 세제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뒤 같은 날에만 네 건의 부동산 관련 메시지를 연이어 올렸다. 지난달 26일에도 엑스에 올린 글에서 5월 9일 만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와 관련해 "기간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그대로 유예를 종료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31일에도 부동산 게시글을 세 건 추가하며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정조준했다.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세제를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한다는 발언을 엑스를 통해 다시 풀어 설명하고, 동시에 시장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그간 이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왔다. '시장과 싸우지 않겠다' '공급과 구조개혁이 우선' 등의 메시지를 반복하며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실제로 정부 출범 이후 첫 부동산 대책이었던 지난해 6·27 대책 당시에도 청와대는 "대통령실 대책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에는 엑스에 "상식적이고 번영하는 나라를 위해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잡을 것"이라며 "당장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으면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고 적었다. 다주택자를 겨냥해선 "이번이 마지막 탈출 기회"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고강도 메시지를 이어갔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문제는 정말 사회발전을 통째로 가로막는 암적인 문제가 됐다"며 단호한 정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이 대통령은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온라인 스캠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들을 상대로 캄보디아 현지 언어로 '경고'를 날렸다가 캄보디아 측의 항의성 문의가 있고 나서 이를 슬그머니 삭제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삭제 이유에 대해 "충분히 홍보됐다고 판단하셔서 삭제한 걸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자의적으로 삭제한 것을 두고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신중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설탕 부담금 논란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 대통령은 엑스를 통해 국민 의견을 묻는 형식으로 부담금 도입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일부 언론이 이를 '설탕세 추진'으로 해석하자 곧바로 "조작·왜곡"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반박했다. 정책 방향을 둘러싼 설명과 검증의 과정이 국회나 공식 브리핑이 아닌 타임라인 위에서 전개되는 모습이었다.


올해 들어 이 대통령이 SNS 등을 통해 메시지를 쏟아내는 배경에는 정책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는 데 대한 답답함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가격 반등 조짐이 이어지자, 시장의 기대를 먼저 꺾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과 함께 참모진과 국회를 향한 압박의 성격도 담겼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이슈가 다시 정치 쟁점으로 부상하는 상황을 차단해야 한다는 단기적 계산도 읽힌다.


다만 메시지의 특징은 구체적 정책 카드보다 심리 관리에 가까운 표현이 많다는 점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중단 방침을 제외하면 새로운 정책 수단은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SNS 메시지를 두고 여당을 향한 간접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민생 과제가 시급한데도 여당이 범여권 합당 논의 등에 매몰돼 있다는 판단 아래 대통령이 직접 이슈 주도권을 쥐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효과는 분명하지만 대통령 발언의 무게를 감안할 때 사안별로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부동산과 세제처럼 사회적 파급력이 큰 정책일수록 충분한 설명과 제도적 논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발언이 곧바로 정치 쟁점의 출발점이 되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정책 검증보다 메시지의 수위와 진영 간 공방만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SNS를 통한 직설 정치가 정책 추진의 동력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의 기폭제가 될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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