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비트코인 보유량 4만여개…사고로 풀린 총량은 수십만개 추산
빗썸 로고 ⓒ빗썸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비트코인(BTC) 오입금 사고가 단순 행정 실수를 넘어 거래소의 '장부거래' 의혹으로 번지며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사고 규모가 빗썸이 실제 보유한 비트코인 수량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거래소가 실물 자산 없이 숫자만으로 자산을 배분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빗썸코리아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빗썸이 고객 예치분과 고유 자산을 합쳐 보유 중인 비트코인은 총 4만2619개 수준이다.
그러나 이날 빗썸은 '랜덤박스' 이벤트 사고로 수백명의 당첨자에게 인당 1000~2000 BTC를 지급했다. 이 정황을 종합하면 사고로 풀린 비트코인 총량은 최소 수십만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빗썸이 금고에 실제 보관 중인 비트코인 전체 물량을 수배 이상 초과하는 규모다.
한 투자자가 공개한 비트코인 2000개 오입금 사진. 커뮤니티 캡처.
이번 사태로 일각에서는 빗썸이 거래소 시스템 내에서 실물 자산의 이동 없이 숫자만 오가는 '장부거래'를 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벤트 담당자의 단순 기입 실수 한 번에 거래소 전체 보유량보다 많은 비트코인이 생성돼 사용자 계정에 찍히고, 일부 물량은 시장가 매도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빗썸의 자산 관리 시스템이 실시간 자산 검증 없이 데이터베이스상의 숫자 수정만으로 작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2024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의 가상자산과 자기의 가상자산을 엄격히 분리해 보관해야 하며, 특히 이용자 가상자산과 동종·동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 과정에서 실제 보유량을 아득히 초과하는 '유령 자산'이 생성되고 유통된 것은 이러한 법적 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재 빗썸 애플리케이션 내 '랜덤박스' 페이지는 점검 중으로 접속이 불가능하다. 빗썸 앱 캡처.
현재 빗썸은 사고 수습을 위해 관련 서비스와 정보를 폐쇄한 상태다. 사고의 발단이 된 '랜덤박스' 페이지는 현재 긴급 점검을 이유로 접속이 불가능하며, 거래소 내 유통량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나 관련 기능도 정보 공시가 잠정 중단됐다.
장부상으로만 존재해야 했던 숫자가 실제 가격에 물리적인 충격을 가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오입금된 비트코인을 받은 일부 사용자가 이를 시장가로 던지자, 빗썸 내 비트코인 시세는 순식간에 8100만원까지 추락했다. 당시 매도 물량은 차트상 약 800 BTC 이상으로 집계됐다. 공시 보유량 이상의 물량이 잠깐이나마 이용자들에 풀렸고, 실제 주문까지 일부 가능했던 만큼 관련 정보공개 요구도 거세질 전망이다.
사건 발생 이후 빗썸은 사고 계정을 동결하는 등 자산 회수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까지 공식 공지나 사과문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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