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늘어도 백화점만 웃었다”…10년 만에 최저 매출 면세점의 탈출구는?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2.19 07:31  수정 2026.02.19 07:31

방한객 1898만명…백화점 외국인 매출 두 자릿수 확대

방문객 늘었지만 면세점 매출 12조대…2016년 이후 최저

따이궁 축소·소비 채널 이동…가격 메리트 약화

특허수수료·공항 임대료 구조…제도 개편 요구 확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서 여행객들이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대거 유입되면서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엔데믹 이후 방한 수요가 빠르게 회복된 데다 원화 약세 효과까지 더해지며 서울 주요 상권과 대형 쇼핑 채널에는 외국인 소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


다만 외국인 매출 비중이 두 자릿수로 뛰며 실적을 방어한 백화점과 달리, 면세점은 방문객이 소폭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오히려 감소하며 사드(THAAD) 이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같은 외국인 수요를 두고도 희비가 엇갈리면서 면세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1898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637만명을 기록한 전년 대비 16%가량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중·일 갈등에 따른 반사이익과 원화 약세, 무비자 입국 확대 등이 겹치며 방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당분간 국내 유통업계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3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이 확정되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더욱 확대돼 올해 2000만명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외국인 소비 증가를 가장 먼저 체감하고 있는 곳은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다. 지난해 외국인 매출은 신세계 본점이 82.3% 늘었고 롯데는 강남점 52.3%, 본점 40%, 잠실점 25% , 현대는 더현대 서울과 무역센터점이 각각 40% 안팎 성장했다.


외국인 매출 비중 역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신세계 본점과 강남점은 각각 18.5%, 17.7%까지 올라섰고, 2023년까지 10% 안팎이던 더현대 서울과 무역센터점은 지난해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보조 수요를 넘어 매출 구조를 좌우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구조적 변화가 자리한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을 오가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체감 물가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고, 백화점의 즉시환급 제도와 각종 프로모션 확대로 이른바 ‘면세 역전’ 현상도 하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에 백화점 빅3는 올해도 외국인 매출을 새로운 축으로 안착시키는 동시에 초고가·VIP 중심의 고급화 전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3사 모두 핵심 점포 재편과 하이엔드 브랜드 강화, 체험형 공간 확대를 통해 수익성과 체류 시간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요약된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은 인공지능(AI) 통역 서비스를 도입했고 신세계백화점은 외국인 쇼핑객 대상 할인·혜택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적재산권(IP) 팝업을 다양하게 운영하는 한편 해외 주요 백화점과 협약을 맺고 글로벌 VIP 고객을 상호 교류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서 여행객들이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그렇다면 면세점은 어떨까. 면세점 업계는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25년 전국 면세점 매출(기내 판매 제외)은 12조5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감소했다. 연간 매출 규모는 사드 여파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외국인 매출이 줄어든 영향인데,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9조33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줄었다. 같은 기간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수는 933만명에서 1092만명으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 거래 축소와 단체 관광객 감소를 배경으로 꼽는다. 지난해 9월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대상 한시적 무비자 입국 정책까지 시행됐지만 면세점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송객수수료 부담이 여전해 수익성이 오히려 떨어졌다.


소비 채널 이동도 변수가 됐다. 즉시환급 제도를 활용한 백화점 쇼핑이 확산되고 올리브영과 다이소, 팝업스토어 등으로 소비가 분산돼 타격을 입었다. 환율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오프라인 쇼핑 환경이 확대되면서 면세점의 가격 메리트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CJ올리브영은 외국인 구매 비중이 절반을 넘는 매장을 ‘글로벌 관광 상권’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하고 있고, 무신사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집중되는 지역의 오프라인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주요 관광 상권에 운영 중인 11개 매장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절반에 달한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서 여행객들이 오가고 있다. ⓒ뉴시스

이런 가운데 업계를 둘러싼 제도적 부담도 여전하다. 면세점은 영업 특허 대가로 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낸다. 2017년 호황기에는 수수료율이 0.05%에서 최대 1%까지 올랐고, 지난해 정부가 이를 절반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매출 기준 산정 틀은 그대로인 상황이다.


공항 임대료 체계도 문제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출국 여객 수에 사업자가 제시한 객당 단가를 곱해 산정된다. 여행객이 늘면 매출과 무관하게 임대료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구조다. 면세점을 파트너로 보고 임대료를 낮춘 해외 공항들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면세한도의 한계가 여전해 고가 상품 판매가 제한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현재는 기본 1인당 800달러, 술(2병·2ℓ 이하·400달러 이하)·담배(200개비)·향수(100㎖)는 별도 적용된다. 기본 한도는 2022년 9월 600달러에서 상향된 이후 3년 넘게 변동이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계 돌파를 위해선 구조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는 매출·이익 연동 방식으로의 전환이나 최소 보장 임대료 조정 등 합리적 산정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K-뷰티·패션 등 국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항 중심 프리미엄 매장 재편을 통해 ‘가격’이 아닌 ‘콘텐츠’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단순 가격 메리트가 약화된 만큼, 체험·브랜드 스토리·한정 상품 등 차별화 전략이 동반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수수료 제도 개편은 물론 인도장 위치 조정과 서비스 개선 등 인천공항 전반의 운영 방식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현재처럼 여객 수에 연동해 임대료가 산정되는 구조에서는 주차·출입국 수속 지연 등으로 쇼핑 시간이 줄어 매출 감소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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