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 빅딜 성사한 그랩바디 플랫폼 경쟁력
시총 10조원 돌파, 바이오 업계 기대주로 부상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에이비엘바이오
기대주.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람이나 대상을 뜻한다. 스포츠에서는 팀의 승패를 가를 잠재력을 가진 선수에게, 자본시장에서는 선도적 기술로 산업의 판도를 바꿀 기업에게 기대주라는 호칭이 붙는다.
국내 바이오 산업의 지형도가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지금, 변화의 최전선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기업이 있다. 국내 바이오 투자자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이름, 에이비엘바이오다. 에이비엘바이오를 이끄는 이상훈 대표는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무대가 주목하는 기대주이자, 그 기대를 실력으로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일라이 릴리의 첫 지분 투자…그랩바디-B 경쟁력
이상훈 대표가 이끄는 에이비엘바이오가 바이오 업계 기대주로 우뚝 선 배경에는 이중항체 플랫폼인 ‘그랩바디-B’가 있다. 플랫폼이란 특정 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신약 후보물질과 달리 여러 약물과 치료 영역에 반복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단발성 파이프라인(후보물질) 거래와 달리 플랫폼 딜은 적응증을 연속 확장할 수 있어 그 가치가 일반적으로 높게 평가된다.
에이비엘바이오 핵심 기술인 그랩바디-B는 약물이 BBB(뇌혈관장벽)을 통과하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BBB는 외부 유해물질이 뇌로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보호막이지만,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있어선 약물 전달을 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 플랫폼은 이 BBB 장벽을 약물이 선택적으로 통과하도록 설계됐다. 최근에는 중추신경계(CNS) 분야를 넘어 비만, 근육 등으로 적응증 확장이 예고되며 플랫폼 가치도 더욱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 가치는 글로벌 빅파마와의 빅딜로 증명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4월 영국 제약사 GSK와 4조원이 넘는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랩바디-B를 활용해 새로운 타깃의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상업화할 수 있는 독점 권리를 이전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에이비엘바이오는 계약금과 단기 마일스톤으로 총 7710만 파운드(약 1481억원)를 수령했다.
이후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4000만 달러(585억원)를 포함해 26억200만 달러(약 3조8000억원) 규모의 계약으로, 릴리는 그랩바디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모달리티 기반 복수의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에이비엘바이오의 플랫폼 가치는 추가 지분 투자로도 이어졌다. 일라이 릴리는 기술 이전 계약 이후 에이비엘바이오에 22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 중 일라이 릴리의 지분 투자를 받은 곳은 에이비엘바이오가 유일하다. 단순한 기술 거래를 넘어 에이비엘바이오를 장기적 신약 개발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약속한 글로벌 빅딜 성사…다음 스텝은 ‘상업화’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에이비엘바이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20일 기준 에이비엘바이오의 시가총액은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5월 시총 3조원을 돌파한 지 1년도 안돼 3배 가까이 기업 가치가 상승한 것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에이비엘바이오가 ‘효자’로 등극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기업 가치 상승은 실제로 이상훈 대표가 예견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지난해 기업설명회(IR)와 여러 글로벌 행사에서 2022년 사노피와 맺은 1조4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뛰어 넘는 대규모 기술 수출을 예고해 왔다.
지난해 이 대표는 “사노피 딜보다 충분히 큰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2025년 이후 기업 가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이 대표는 글로벌 빅파마와 딜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실제로 상승하는 기업 가치를 입증했다.
이상훈 대표는 이제 시장이 보낸 기대를 실질적인 성과로 치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시장에 약속한 대로 대규모 기술 수출을 연이어 성사시킨 에이비엘바이오의 다음 행보는 ‘임상의 실질적 성공’과 ‘상업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 대표 또한 최근 에이비엘바이오의 목표를 ‘성장’에서 ‘영속성’으로 재정의했다. 이는 단기적인 기술 수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자체 개발 신약의 로열티 수익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지속 가능한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이상훈 대표가 보여준 자신감은 이제 냉정한 임상 데이터와 상업화 실적으로 평가 받을 준비를 마쳤다. 에이비엘바이오가 단순한 ‘기대주’에 머무를지, 아니면 ‘실천주’로 자리 잡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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