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고에 서울 아파트 매물 늘어났지만…거래는 ‘지지부진’

이수현 기자 (jwdo95@dailian.co.kr)

입력 2026.02.23 17:03  수정 2026.02.23 17:04

대출 규제 여전에 추가 가격 하락 기대감도

2월 토지거래 신청건수, 1월 대비 19%↓

매수·매도인 간극 커 눈치 싸움 치열해질 듯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를 향해 강경 발언을 내놓으면서 서울 전역에서 매물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거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갑작스럽게 매물이 늘어났지만 대출 규제가 여전한 상황인데다 매수 희망자들 사이에서는 물량 증가로 인한 집값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실제 거래량은 이전 대비 줄어드는 양상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매도자와 매수자간 치열한 눈치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서울 25개 자치구가 운영하는 새올전자민원창구를 전수조사한 결과, 이 달 1~22일 서울 토지거래계약 허가 신청 건수는 3927건으로 1월 같은 기간(4851건) 대비 924건(19.05%) 줄었다. 2월 설 연휴를 고려하더라도 1월 대비 2월 매수세 크게 줄었다.


각 구청에서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접수되면 새올전자민원창구에 즉시 반영되는 방식으로 토지거래계약 허가 신청이 늘어날수록 지역 내 주택 거래량이 많다는 의미다.


25개 자치구 중 동작구(113→164건)·중구(29→46건)·도봉구(157→159건)·강북구(112→112건) 등 4곳을 제외한 21개 자치구에서 토지거래허가 신청건수가 줄었다.


강남구는 161건에서 97건으로 39.75%나 감소했고 성동구(105→64건·-39.05%)와 영등포구(274건→181건, -33.94%)에서도 신청이 줄었다.


서울 주택 매수 신청 감소세는 지역 내 매물 증가세와 대비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3일 기준 시장에 나와 있는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6814건으로 지난달 31일(5만7468건)보다 16.2% 늘었다. 서울 모든 자치구에서 매물이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매매 거래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등 강경 발언을 내놓으면서 매도 수요 물량이 나오고는 있지만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여전해 매수 희망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는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또 매수 희망자들을 중심으로 매물 증가로 인해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시장에서 눈치싸움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특히 정부가 보유세 강화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택을 매도하려는 이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매수 희망자들은 주택 가격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관망 모드를 보이면서 실제 거래 체결은 더 어려워 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매물 총량은 늘었지만 아직 가격대가 매수자가 원하는 수준까지 내려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매수자가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 눈치싸움이 지속되면서 가격 조정이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3주(16일 기준) 주간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은 0.15%로 직전 주(0.22%)대비 오름 폭이 축소됐다. 강남구(0.01%)와 금천구(0.01%) 등 일부 지역은 보합에 가까운 수준까지 상승 폭이 줄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눈치 싸움이 한층 심화되는 가운데 서울 중심부와 외곽 지역 사이에 다른 움직임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외곽지역인 노원구·도봉구·강북구·금천구·관악구·구로구 등은 가격 오름 폭이 다른 지역 대비 덜했고 주택담보대출 6억원을 받을 수 있는 15억원 이하 주택이 다수라 상대적으로 보유세 등 정책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올해 가장 많이 거래가 체결된 단지들도 노원구와 관악구 등 서울 외곽이 다수다. 노원구 서울원 아이파크가 43건 거래돼 최다 거래량이었고 강북구 SK북한산시티(30건) 뒤이었다. 관악구 관악드림타운(22건)과 노원구 상계주공6·7단지(22건)도 올해 20건 이상 거래됐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실거주 목적 수요자가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에서는 조정된 가격으로 빠르게 거래가 체결되는 경향이 있다”며 “거래가 빠르게 체결되는 만큼 호가 하락률도 다른 지역 대비 낮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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