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위험등급, 1~6단계 단일 구조
"같은 등급 상품이라도 위험 요인 달라
다차원 구조로 위험 정보 제공해야"
英 '컨슈머 듀티' 참고할 필요성도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낳은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DLS) 투자 피해자들이 지난 2019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불완전판매 등을 이유로 금융투자상품 관련 대규모 손실 사태가 꾸준히 발생하는 가운데 일찍이 소비자보호를 강화해 온 해외 사례 및 구체적 개선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가 위험 요인을 보다 쉽고 상세히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 정보를 개선하는 한편, 금융사들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으로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낮출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승주 서울대 교수는 26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감원 주관 '금융소비자보호 세미나'에서 지난 2015년 유럽에서 진행된 연구(EU consumer testing study)를 언급하며 "다차원 위험등급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금융상품들은 1등급(최고위험)에서 6등급(최저위험)까지 총 6단계의 위험등급 중 하나를 부여받는다.
최 교수는 단일 위험등급 체계와 관련해 "고객들이 아주 쉽게 '어느 정도 위험한 상품'이라는 걸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면서도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해외부동산 펀드 사태의 경우, (판매된 상품의 위험등급이) 같은 1등급이었지만 위험의 종류가 전혀 달랐다. 현행 방식에서는 그 차이를 고객들이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시장변동 위험 ▲유동성 위험 ▲신용 위험 ▲환율 위험 ▲레버리지 위험 등 위험 요인을 세분화한 다차원 위험등급 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일례로 ELS 상품은 시장변동 및 유동성 위험이 결합돼 있었다면, 해외부동산펀드 상품은 신용위험이 일방적으로 높았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현행의 단일 지수로 (위험)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에선 투자자들이 (위험 등급 선정 배경이) 시장변동 위험 때문인지 신용 위험 때문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위험등급 체계의 다각화 효과는 지난 2015년 진행된 유럽 선행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입증된 바 있기도 하다.
최 교수는 "(해당 연구에서) 설문 응답자에게 장단점을 물어봤다"며 "단일 위험등급은 어느 상품이 더 위험한지 판단하기 용이하다고 했고, 다차원 위험등급은 상품을 비교하며 위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고 했다. 우리의 고민과 맥락이 닿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단일 지수로 보여주는 방식을 철폐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며 "단일 지수에서 나타나지 않는 다양한 위험을 인식할 수 있도록 다차원 도형을 같이 도입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승주 서울대 교수는 26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감원 주관 '금융소비자보호 세미나'에서 지난 2015년 유럽에서 진행된 연구(EU consumer testing study)를 언급하며 "다차원 위험 등급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강현태 데일리안 기자
이날 세미나에선 영국의 소비자보호 정책이 시사점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설광호 KB국민은행 소비자보호부장은 "지난 2023년부터 실시된 영국 '컨슈머 듀티(Consumer Duty)'는 소비자보호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슈머 듀티에 따르면, 금융사들은 상품 개발・판매・사후관리 등 전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긍정적 결과(Good Outcome)'를 제공할 의무를 진다.
만약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소비자가 아닌 금융회사가 관련 책임 사항을 입증해야 한다.
컨슈머 듀티 도입에 따라 영국 바클레이스·로이드 은행 등은 ▲소비자보호 중심 조직 강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선제적 리스크 점검체계 구축 등 3가지 핵심 과제를 설정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긍정적 결과를 제공하려 노력했다는 점을 금융사가 입증해야 하는 만큼, 위험관리와 함께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는 우리 금융당국 기조에 맞춰 국내 금융사들도 데이터 기반의 표준화된 의사결정 등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일례로 국민은행은 '소비자 중심 완전 판매 프로세스 정착'을 위해 디지털 서식 및 해피콜 녹취 의무화 등을 시행 중이다.
'시스템에 기반한 균질화된 상품 판매' 차원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올바른 판매 가이드 프로세스도 마련했다.
노영후 금감원 소비자보호감독총괄국 선임국장은 "금감원이 2026년을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의 원년으로 삼아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소비자보호 문화 확산을 위해선 현장에서 소비자와 접점을 이루고 있는 금융회사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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