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韓경제 ‘유가·물가’ 비상등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3.03 13:47  수정 2026.03.03 16:42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유가 상승

유가 10%↑…소비자 물가 0.22%p↑

경제 불확실성 커지면 원화 가치 하락

전문가 “1~3주 분수령…장기 대책 마련해야”

국제 유가가 전 세계 원유 물동량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여파로 급등하고 있는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뉴시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국 경제에도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 급등, 원화 가치 하락, 물가 상승 등 실물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20%를 담당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3일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을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중동 정세와 국내외 금융시장·실물경제에 미칠 영향, 향후 대응 방향을 점검했다.


정부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크게 올랐던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큰 가운데 상승폭은 다소 축소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총 208일분에 달하는 원유 및 석유 제품을 비축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중동 외 지역에서의 추가 물량 확보도 병행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폐쇄되거나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정부의 물리적 비축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의 70.7%를,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 경로가 차단될 경우 대체제를 확보하기 위한 비용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특히 동아시아 지역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과 세계 밀 가격이 올랐다. 그 여파로 현재 유럽 경제가 부진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장기화는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려는 상황에서 분쟁이 길어지면 정부는 우회 항로를 마련해야 하고, 이에 따른 비용도 올라 심각할 경우 코로나19 당시와 같은 공급망 교란이나 충격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크다. 앞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 유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국제 유가 상승분은 통상적으로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지만 불안심리가 작용해 선제적인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소비자물가도 유가가 반등할 경우 다시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KB증권은 ‘미국의 이란 공습 및 호르무즈 통행 중단의 영향’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가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가 약 0.22%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상승의 영향은 휘발유 가격에만 그치지 않는다. 운송 서비스 비용과 석유화학 제품 가격 등 전반적인 원가를 끌어올려 생산자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이는 다시 최종 소비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를 낳는다.


KB증권은 보고서에서 “유가는 지난해 3월 이후 하향 안정되면서 2026년 1월까지 평균 67달러, 원·달러 환율 1420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대비 높아진 환율 수준과 지정학적 이슈로 급등한 유가가 지속될 경우 소비자물가에 상당한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2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2~3분기 물가 상승률을 2.2~2.3%로 전망한 바 있는데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5월 경제전망에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되어 있다. 미국의 이란 공격 여파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당장 안전 자산인 달러로 자산이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쟁이 길어질 경우 환율이 1500원대 중반까지 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뉴시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달러라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고, 그만큼 원화 가치는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결국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의 채산성을 약화시키고, 가계의 실질 구매력도 저하될 수 있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국내 경제의 역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비축유 카드가 단기적 방패 역할을 하는 동안, 고물가·고환율의 파고를 넘기 위한 보다 정교한 거시경제 운용 전략이 요구된다.


정 교수는 “단기적으로 마무리될지, 수개월 장기전으로 접어들지 향후 1~3주간 사태의 전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향후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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