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환율↑
장기화 시…성장률 최대 0.3%p↓
반도체 호조지만 ‘중동 리스크’ 변수
일각선, 원유 안정적 공급 확보 강조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속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4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를 찾은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뉴시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더블 쇼크’가 현실화되면서 한국 경제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오일 쇼크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원유와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 8% 급락…환율 1500원 돌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증하자,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호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3일(현지시간 ) 국제 유가는 장중 한때 9% 넘게 치솟았다가 상승폭을 줄이며 마감했다.ⓒ뉴시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8% 이상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1500원을 돌파했으며, 주간 거래에서도 1480원대를 유지 중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의 일이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이 부각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제 유가도 상승했다. 4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렁당 74.56달러를 기록해 전일(67.02달러) 대비 7.54달러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은 곧 국내 휘발유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835.77원으로 전일(1788.47원)보다 47.30원 올랐다. 전국 평균 가격은 1765.70으로 42.66원 상승했다.
국제 유가는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기까지 2~3주 시차가 소요되는데 이번 사태 이후 전쟁 장기화 우려로 인해 기름값이 빠르게 인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단기 변동성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 1970년대 ‘오일 쇼크’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유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고 있어 그만큼 경제적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미·이란 갈등 장기화 땐 성장률 0.3%p↓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뉴시스
일각에서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미-이란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양측이 1개월 이상 교전을 이어가다 협상을 재개할 경우, 올해 연평균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배럴당 80달러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은 약 0.1%포인트(p) 떨어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p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호르무즈 해협이 수개월 봉쇄될 시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내외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0.3%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p 오른다.
반도체 수출도 마찬가지다. 국가데이터처가 4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은 지난해 11월(6.9%), 12월(2.3%)에 증가 이후 3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11~12월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향후 중동 사태를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유가가 상승하고 있어 물가를 통해 내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사태가 심화해 세계 경제 성장에 영향을 준다면 수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유와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물가 안정, 경기 회복을 함께 고려하는 등 신중한 거시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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