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폐쇄에 발 묶인 韓 해운…‘동맥경화’ 직면[지각변동 해운①]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3.05 07:00  수정 2026.03.05 07:00

중동 전쟁 탓 한국 선박 40여 척 발 묶여

이란 호르무즈 봉쇄 물류 압박 가시화

2023년 수에즈 운하 사태 재현할 듯

모건스탠리 “아시아 거시경제 하방 위험”

호르무즈 해협 ⓒ AP=뉴시스

중동 전쟁 여파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면서 한국 선박 40여 척의 발이 묶였다. 해협 봉쇄가 길어질 경우 국내 해운·물류 업계에는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수출입 99.8%를 담당하는 물류가 ‘동맥경화’를 겪을 경우 내수 경제에도 직접적인 압박이 불가피하다.


현지 시각 지난 2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에브라힘 자바리 IRGC 사령관 보좌관(소장)은 이란 국영방송에서 “폐쇄된 해협을 통과하려는 자가 있다면 IRGC 해군과 정규군의 영웅들이 그 선박을 불태울 것”이라며 “그들이(미국과 이스라엘 등) 궁지에 몰렸다는 압박을 느낄 때까지 우리는 이 지역에서 석유가 수출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곳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걸프 산유국 수출선 대부분이 지난다. 한국 역시 수입 원유 68%, 중동산 원유 99%가 호르무즈를 거쳐서 온다.


이 때문에 이번 봉쇄는 단순히 해로가 막히는 수준을 넘어 국내 에너지 수급과 원자재 공급망 전체에 심각한 ‘동맥경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는 원유 수송선과 함께 컨테이너 화물을 실은 선박 40여 척이 전쟁 상황을 지켜보며 대기 중이다. 일부 선박은 이미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기 시작했다. 선박이 희망봉으로 돌아가면 최소 2주, 길게는 3주 가까이 운항 시간이 길어진다.


호르무즈 바닷길이 막히면 수출입 중소기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원자재 수입 길이 막히는 것은 물론 유럽으로의 수출도 어렵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물가 상승과 경제 위축이 도미노처럼 발생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대안이라 할 수 있는 수에즈 운하마저 2023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통행이 마비된 이후 아직 제대로 복구되지 않았다.


수에즈 운하 봉쇄 때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3년 7월 약 979p에서 2024년 7월 3674p로 3.7배 급등했다. HMM 등 글로벌 대형 선사들은 위험 지역 인근을 항해할 때 화주들에게 전쟁위험 부담금과 보험료, 우회에 소모되는 연료비를 추가로 징수하기도 했다.



ⓒ 뉴시스
해진공 “해운 운임 급등 가능성 매우 높아”


결국 부담이 늘어난 화주들이 한동안 운송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일부 업체는 항공 물류와 같은 새로운 해법을 찾아 나섰다. 결국 국제 물동량은 평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무역협회가 수출입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홍해(수에즈) 사태 발생 직후 응답 기업의 74.6%가 물류 애로를 겪었다. 운임 인상 (44.3%)과 함께 운송 지연 (24.1%), 선복(화물 공간) 확보 어려움 (20.2%), 컨테이너 확보 어려움 (11.4%) 등이다.


해상 물류 정체는 곧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희망봉 우회에 따른 운송 기간 연장과 유류비 증가, 전쟁 위험 지역 지정에 따른 보험료 폭등은 고스란히 화주와 소비자에게 부담된다. 이는 결국 국내 산업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연계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3일 주간 해운 시황 리포트를 통해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확대된 가운데 주요 산유국들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전 선제적 출하 흐름이 맞물리며 WS 200pt대에 안착하며 연일 역대 최고 운임을 새로 새웠다”고 말했다.


해진공은 “공급망 차질 우려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중국 정유사들의 재고 비축 목적 원유 수입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상승 압력이 지속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란의 인근 중동 국가 원유 수출 인프라에 대한 공격, 유조선 피격으로 인해 운임 급등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전쟁이 한 달 안으로 끝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쟁 장기화는 특히 아시아 국가에 큰 피해로 작용하게 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이 석유·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번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봤다.


나아가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형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현재의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될 경우 아시아의 거시경제 전망에 하방 위험을 키울 것”이라며 “공급 측면이 주도하는 유가 급등은 (아시아의) 성장률과 거시 안정성 위험을 압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치솟는 해상 보험료·유류 할증료…“수출할수록 손해”[지각변동 해운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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