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실거주 기준 없어…예외 범위 따라 1주택자 희비
공공 데이터 없이 의견 수렴…주객 전도 우려도
급조된 기준 적용 땐 실수요자 피해 우려
지난 2월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서울 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금융당국이 다주택자 중심이던 대출 규제를 ‘비거주 1주택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작 핵심인 ‘비거주’의 정의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채 논의가 은행권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의 공개 발언 이후 정책 방향은 제시됐지만, 구체적 설계 없이 민간 금융사에 의견을 요구하는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다주택자 대출 연장 관행 개선을 위한 4차 회의를 열고 은행권과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다주택자·임대사업자 규제를 넘어 ‘비거주 1주택’, 이른바 갭투자까지 규제 범위를 넓히는 가능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X(옛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자는 물론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고 밝히며 규제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실주거 목적 1주택은 보호하되, 투자·투기 수요는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비거주 1주택자’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사실상 공백 상태라는 점이다.
단순 주민등록 미전입 여부를 기준으로 삼을지, 일정 기간 이상 실거주 요건을 둘지, 거주 목적까지 종합 판단할지에 따라 규제 대상 규모와 시장 파급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직장 인사이동, 자녀 학업, 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로 실거주하지 못하는 사례를 어디까지 예외로 인정할지도 쟁점이다. 예외 범위 설정에 따라 1주택자들의 이해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구체적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은행권 의견을 수렴 중”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차주의 대출 정보는 보유하고 있지만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하는지 여부까지 파악할 데이터는 없다”며 “비거주 1주택자를 선별할 수 있는 기준과 공공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의견을 달라는 것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이 보유한 정보는 담보 가치, 대출 잔액, 상환 구조 등 금융 정보에 국한된다. 주민등록 전입 여부, 실거주 기간, 거주 사유 등은 행정 데이터 영역이다.
그럼에도 부동산 규제 목적의 대출 규제 설계를 민간 금융사가 가진 대출 데이터에 의존해 마련하라는 구조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보유한 행정·과세 데이터를 토대로 정책 초안을 마련한 뒤 금융권에 실무 적용 가능성을 묻는 것이 일반적 순서”라며 “현재는 정책 방향이 먼저 제시된 뒤 세부 설계 책임이 현장으로 내려오는 구조”라고 말했다.
결국 급하게 설계된 기준이 적용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실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실수요자다.
‘투자용 1주택’과 ‘불가피한 비거주’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긋느냐에 따라 정상적인 실수요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의 강경 메시지, 금융당국의 회의 소집, 은행권의 의견 제출이라는 흐름 속에서 정책 설계의 책임과 데이터 기반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대출 심사 정보만으로는 비거주 여부를 가려내기 어렵다”며 “정책 설계 단계부터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준을 마련해야 혼선과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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