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재산권·직업 자유 침해 가능성”
금융위 “설계 따라 위헌성 줄일 수 있어”…정부안 유지 방침
업계 “내부통제 강화 대신 경영권 개입 논쟁만 키워”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규제를 둘러싸고 위헌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뉴시스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규제를 둘러싸고 위헌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규제 도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위헌 논란과 시장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 예외 규정과 유예기간을 포함한 절충안을 마련했지만, 최종 판단은 국회 논의로 넘기는 모양새다.
9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최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질의에 대한 회답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재산권 침해와 직업·기업활동의 자유 제한, 소급입법 문제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적법하게 취득한 지분을 사후적으로 처분하도록 요구할 경우 위헌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헌법적 논란은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과정에서 열린 국회 토론회와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법조계와 학계가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정의 위헌 가능성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위헌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와 정치권은 규제 구조에 예외와 유예 장치를 함께 두는 방식으로 제도 설계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의하면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과정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20%로 제한하되 시행령을 통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최대 34%까지 보유를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분 제한 적용 시점도 즉시 시행이 아니라 법 시행 후 일정 기간 유예를 두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법 시행 후 1년에 추가 3년을 더해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지분 구조를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금융당국이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당 규제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회에서는 정책 설계 과정에서 특정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항간에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해당 규정이 포함됐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특정 기업이나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상자산 생태계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결국 이번 지분 제한 규제가 위헌 논란 속에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틀을 유지하기 위해 예외 규정과 유예기간을 덧붙인 절충적 제도 설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지분 규제 도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 역시 이를 완전히 철회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예외 규정과 유예기간을 반영한 정부안을 마련하고, 최종 판단은 국회 논의에 맡긴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위헌성이라는 것은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충분한 기간을 두거나 예외 규정을 두는 방식으로 (위헌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안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며 “법안은 결국 국회에서 결정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규제 논의의 초점이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 사고의 상당수는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문제에서 비롯되는데, 이를 대주주 지분 제한으로 해결하려는 접근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빗썸 사례 등 가상자산 거래소 문제는 본질적으로 내부통제 문제인데 대주주 지분 제한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며 “지분 제한이 내부통제 강화로 직접 이어지는 구조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분 제한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은 불확실한 반면 의사결정 지연 등 비용은 분명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결국 내부통제 강화 대신 지분 제한 논의로 흐르면서 기업 경영권 개입 논란만 키우는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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