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에 에너지 수급 불안정…유가 급등
물가 상승에 공사비 갈등 반복 우려도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건설경기 회복 지연 가능성
지난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빌딩 뒤로 붉은 화염이 치솟고 있다. ⓒ EPA/연합뉴스
미국과 이란간 전쟁 발발로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를 책임지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급 불안정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수급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건설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2.21% 상승해 배럴당 90.90달러를 기록했다. 2023년 9월 28일 이후 최고치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배럴당 92.69달러로 8.52% 올랐다. 2022년 3월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이다. 종가 기준 브렌트유 선물이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4년 4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하는 등 반격에 나서면서 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양측의 대립이 단기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유가 상승폭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유가 상승에 건설업계 고민이 커지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페인트와 시멘트, 아스팔트 등 건설 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시멘트 생산 핵심 원자재인 유연탄 수급이 차질을 빚자 시멘트값과 공사비가 급등한 바 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다시 한번 공사비 상승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유가가 오르면 공사비가 오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2022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건설산업에 미칠 파급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건축물 건설 생산비는 약 0.14%, 일반 토목은 공종에 따라 0.14~0.44% 상승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글로벌 물가 전체가 상승하는 만큼 모든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그중에서도 건설업계는 물류 장비를 운용하는 비용, 자재비까지 고려해야 해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언급했다.
2022년 악몽 반복될까…업계 ‘예의주시’
문제는 중동 사태 이전부터 공사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와 생산자물가지수, 대한건설협회의 건설 임금 등을 기초로 산출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1월 133.28로 통계 발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지수 상승세가 일부 완화됐지만 다시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이전에 상승한 공사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현장도 다수다. 지난 2020년 시공사 계약을 맺었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오티에르 반포)은 준공을 앞두고 소송을 진행한 끝에 최근 합의점을 찾았다.
또 6월 준공을 앞둔 부산 수영구 광안2구역 재개발사업(드파인 광안)은 착공 후 두 차례 공사비를 올렸는데 지난해 3월 다시 한번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을 요청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공공공사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정부가 지난 2024년 12월 공공공사 단가를 올리고 민간투자사업에 물가를 반영하는 특례를 적용하는 등 공사비 현실화에 나섰지만 정부는 발표 이전 실시협약이 체결된 사업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여전히 공공공사 공사비를 두고 진통이 이어지는 곳이 다수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C노선이다. GTX-C는 민간투자사업(민자사업) 공사비가 2020년 물가 기준으로 산정돼 시공사와 정부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2024년 착공식을 진행했음에도 착공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착공한 GTX-B도 민자사업 공사비가 2020년 12월 31일 기준인 4조2897억원이라 물가 특례 적용 등을 두고 논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22년은 정부 재정지출이 많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착공을 미뤘던 현장이 동시에 공사를 진행해 공사비 갈등이 속출했다”며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달라 이전과 같은 공사비 상승은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사태 장기화에 따라 공사비 변동폭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쉽게 진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향후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공사를 미루는 현장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보수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으로 이 경우 건설경기 회복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부진했던 수주와 착공 등 건설지표가 올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시장 불확실성이 장기간 이어지면 착공을 앞뒀던 사업장이 일정을 미뤄 건설경기 회복도 지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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