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 다음은 '환기'…가전업계 새 시장 열린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3.09 06:00  수정 2026.03.09 06:00

밀폐형 주거 확산·설치 의무화에 수요 커져

LG 진출에 힘펠·하츠도 제품·서비스 확장

LG전자 가정용 환기시스템 'LG 프리미엄 환기 PLUS(플러스)'ⓒLG전자

환기 관련 설비 및 제품이 새로운 생활가전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건물 설비에 가까웠던 전열교환기·환기청정기 등이 최근에는 공기질 관리 가전으로 재해석되면서, 환기 전문업체뿐 아니라 대형 가전사까지 시장에 뛰어드는 흐름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전 기업들은 실내 공기를 외부 공기와 교환하면서도 미세먼지나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환기 시스템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공기청정기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공기 관리 가전' 영역을 환기까지 확장하려는 전략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시장 확대의 가장 큰 배경은 주거 환경 변화와 제도다. 공동주택의 단열·기밀 성능이 높아지면서 창문을 열어 공기를 순환시키는 방식만으로는 실내 공기질 관리가 어려워졌고, 30세대 이상 신규 공동주택까지 환기장치 설치 의무가 확대되면서 건설사 납품 중심의 시장도 커졌다. 업계가 아파트 단지 수주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건축 규제 역시 시장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에 환기 설비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건설사 납품 중심의 환기 시스템 시장이 형성됐다. 최근 들어 환기 장치를 단순 설비가 아닌 생활 가전 형태로 발전시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전업체 입장에서는 공기청정기 이후의 확장 시장이라는 점도 크다. 이미 공기청정기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환기 시스템까지 포함한 '공기 관리 가전'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려는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말 AI 기능을 접목한 가정용 환기시스템을 내놓은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LG전자의 'LG 프리미엄 환기 PLUS'는 실내 오염원을 감지해 자동으로 환기를 조절하고 전열교환기를 통해 외부 공기를 들이면서 냉난방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구조다.


지난달 말 열린 서울디자인리빙페어에 참가한 힘펠.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임채현 기자

환기 전문기업들은 한발 더 나아가 제품 판매 이후의 관리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힘펠은 최근 욕실 환풍기 '휴젠뜨'와 시스템 환기청정기 '휴벤'을 대상으로 정기 점검·필터 교체·무상 A/S를 포함한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관·덕트 기반 설비 특성상 한번 설치하면 오래 쓰지만, 필터 방치나 내부 오염으로 성능이 떨어지기 쉬운 점을 겨냥한 모델이다.


하츠 역시 환기와 공간 솔루션을 함께 키우고 있다. 하츠는 후드와 환풍기, 전열교환기 등 공기질 관리 제품군을 꾸준히 확대해 왔고, 최근에는 주방 수납 하드웨어까지 내놓으며 '주방 공간 전체'를 다루는 방향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환기 설비 회사가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공간 솔루션 기업으로 이동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시장 참여 업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현재 국내 환기 시스템 시장에는 힘펠, 하츠 같은 환기 전문기업뿐 아니라 LG전자, 경동나비엔, 대성쎌틱 등이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는 상업용 중심으로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환기가전 시장은 '설비'에서 '생활가전'으로 성격이 바뀌는 과정에 들어섰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미세먼지와 실내 공기질 관리 수요, 에너지 절감 요구, 아파트 환기 의무화가 맞물리면서 공기청정기 다음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환기 장치는 건물 설비에 가까웠지만 최근에는 실내 공기질을 관리하는 생활 가전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특히 노후화된 주택 리모델링 수요가 늘면서 가정 내 환기 시스템이 필수 설비 및 가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가전 기업과 환기 전문 기업 모두 이를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보고 제품 개발과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