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필랑트의 도발…"이렇게 섹시한 SUV 봤어?" [시승기]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3.07 08:00  수정 2026.03.07 08:00

르노 필랑트 에스프리 알핀 트림 시승기

BMW X6 닮은 뒤태…국산 유일 '크로스오버 SUV'

힙한 얼굴에 정잖은 성미…패밀리카 DNA 짙어져

르노 최초 '에이닷 AI' 탑재…게임 등 즐길거리도 풍성

르노 필랑트 ⓒ르노코리아

한국 자동차 시장만큼 다양성 없는 시장이 또 있을까. SUV가 잘 팔리면 일제히 차체를 키우고, 플래그십 세단이라고 하면 다같이 점잖아진다. 시장 수요에 맞는 차를 만드는 건 물론 당연한 일이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내 시장은 단체로 '신차 담합'이라도 한 듯 아쉬움이 남는다.


이 단조롭기 짝이없는 시장에 르노가 또 한 번 돌을 던졌다. 재작년 ‘그랑 콜레오스’로 싼타페와 쏘렌토가 장악한 중형 SUV 시장에 선택지를 늘렸다면, 이번엔 경쟁사에 없는 '크로스오버 SUV'로 도전장을 냈다.가장 고급스럽고, 가격이 비싼 플래그십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소수 취향'인 크로스오버를 내걸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대범한 선택이다.


르노 플래그십 SUV 필랑트를 직접 시승해봤다. 경주에서 울주를 찍고 돌아오는 왕복 약 140km의 시승 코스로, 고속도로와 와인딩 구간 등 다양한 길을 고루 달렸다. 시승 모델은 르노 필랑트 에스프리 알핀 트림, 가격은 4971만원이다.


르노 필랑트 측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BMW X6 같은데?" BMW 골수팬들은 듣자마자 고함을 칠 지 모르겠으나, 시승회에서 만난 수십 명의 자동차 기자들이 내놓은 평가는 이렇다. 국산 SUV를 보면서 수입차 브랜드, 그것도 1억5000만원을 훌쩍 넘기는 럭셔리 차량의 냄새라도 맡을 수 있다면, 어쨌든 '대박'이지 않은가.


필랑트는 '르노가 내놓은 플래그십 SUV' 라는 말로는 담기 부족한 외모를 가졌다. 브랜드에서 가장 비싼 모델이라는 책임을 갖고 있는데도 평범에서 한참 벗어나는 디자인 택했기 때문이다. 그랑 콜레오스로 '평범한데 잘 만든 SUV'의 영역을 잘 닦아놓은 브랜드의 자신감인 듯 하다.


다른 차는 얼굴부터 보지만, 필랑트는 엉덩이부터 봐야한다. 차체 비율부터가 한국에서 발에 채이는 흔한 SUV와 한참 다르다. 길이 4915mm, 너비 1890mm, 높이 1635mm의 큼지막하면서도 낮아진 차체 사이즈에 세단과 SUV의 특성을 함께 담아낸 ‘크로스오버’ 디자인이 더해졌다. 여기에 옆에서 보면 두 번에 걸쳐 섹시하게 접히는 후면 실루엣까지, 파격적이다 못해 섹시할 지경이다.


르노 필랑트 정측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전면부 얼굴은 그랑콜레오스, 세닉으로 이어진 최신판 르노 디자인이 반영됐다. 로장주 엠블럼을 중심으로 얄쌍하게 빠진 눈매와, 조각이라도 한 듯 정교한 패턴 그릴에서 잘 나타난다.


'패밀리룩'이라는 숙제에 갇혀 모든 차에 같은 디자인을 그려넣느라 바쁜 경쟁사와 비교하면, 비슷한 감성은 지녔지만 그랑 콜레오스, 세닉, 필랑트가 전부 각기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론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특유의 측면과 후면 디자인이 강렬한 탓에 전면부 인상이 크게 기억에 남지 않는 편이기는 하다.


르노 필랑트 1열 인테리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외관에서부터 이미 마음을 홀랑 뺏긴 상태였는데, 내부의 감성은 또 다르다. 외관이 젊고 힙한 감성으로 무장했다면 내부는 고급감과 편안을 주기위해 노력한 듯 하다. 중후하고 올드한 감성은 배제하고, 고급스러운 소재와 튀지 않는 깔끔함으로 취향보다는 대중성 공략했다.


내부는 플래그십 패밀리카 답게, 그랑콜레오스와 비슷하면서도 고급감이 더해졌다. 중앙 송풍구 하단에 양쪽으로 푸르스름하게 번지는 앰비언트 라이트, 천장과 도어트림 등에 아낌없이 사용된 스웨이드 소재 등이 플래그십의 무게를 잘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그랑 콜레오스에서 극찬 받았던 대부분 최신 사양은 그대로 탑재됐다. 조수석까지 시원하게 뻗은 중앙 디스플레이와, 조수석 전용 디스플레이도 여전히 편리하고 혁신적이다. 그랑 콜레오스 출시 후 2년동안 조수석 전용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경쟁사 모델이 하나도 없었음을 감안하면, 필랑트에서 느끼는 가치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 르노'를 외치고 경주 날씨를 물어보니 답변과 함께 경주의 날씨 정보를 화면에 띄워준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내부에서 느끼는 특별함은 디자인 보다는 '지능'에 있다. 필랑트에는 르노 차량 최초로 '에이닷 AI' 탑재됐는데, '하이 르노'를 외치면 차량과 대화가 가능하다. 단순히 정해진 명령어에 반응하는 수준이 아니라, 챗GPT 처럼 '생성형 AI'라 쓰면 쓸수록 정교해지고 사용자에게 맞춰진다.


르노 필랑트 후면에 적힌 로고와 모델명. 가장 최상급 트림인 에스프린 알핀 트림만 블랙-블루 투톤으로 적용된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필랑트의 진짜 매력은 디자인 뿐 아니라 '패밀리카'라는 본분을 잊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생긴 건 젊어졌지만, 주행감은 한층 점잖아졌다. 차체를 낮추고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건 디자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 주행감을 위한 거였 다.


그랑콜레오스에서도 이미 입증됐지만, 하이브리드차면서 답답하지않고 부드럽게 뻗어나가는 주행감은 필랑트에서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기어 노브를 좌우로 움직이면 회생제동 강도를 즉각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데, 강도를 가장 낮게 설정하면 일반 가솔린 모델을 타는 듯한 수준으로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놀라운 건 전기차를 타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조용해진 실내다. 거대한 몸집을 이리저리 빠르게 굴리는데도, 그랑 콜레오스보다도 훨씬 더 조용해졌다. 플래그십 모델이기 때문에 이중접합유리를 1열부터 2열까지 모두 적용했고, 천장 유리 소음을 줄이기 위해 루프 강성도 대폭 높였다고 한다. 그랑 콜레오스보다 비싼 가격은 디자인 값이 아니라 훨씬 더 패밀리카 다워진 주행감에 있는 듯 하다.


시승 마치고 나니, 필랑트는 어떤 국산 모델도 경쟁할 수 없는 독보적 위치를 구축한 듯 했다. 외관만 보고도 마음을 홀랑 뺏겨 '사고싶다'는 생각을 들게하는 차가 점점 적어지는 요즘, 오랜만에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등장한 듯 하다. 여기에 세단을 모는 듯 조용하고 정숙한 반전 매력과, 브랜드 최고급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경쟁사 플래그십 대비 현저히 저렴한 가격은 섹시함을 더하는 포인트다.



▲타깃

-'멋있는 차'와 '넓은 차' 사이에서 고민해왔던 당신

-"그 차 뭐에요?" 주변 시선을 은근히 즐기는 멋쟁이


▲주의할 점

-쿠페형 SUV 특유의 뒷좌석 아쉬움은 감내해야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시승기'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