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각) 주변국 공격에 대한 사과를 했다. ⓒAP/뉴시스
이란의 해협 봉쇄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5일 “당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의도가 없다. 하지만 전쟁이 계속된다면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카젬 가리바바디 외무차관은 “전쟁 시기에는 이란 규정이 적용되며, 적국의 군함과 상선의 통과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혁명수비대는 기름 단 한 방울도 내보내지 않겠다고 협박한지 오래고, 해협 통항은 이미 마비됐다.
유조선 이동은 지난주보다 90% 줄고, 유조선 200척과 컨테이너선 140척, 선원 2만 명과 승객 1만5000명이 묶였다. 유가는 나날이 급등한다. 이대로면 1배럴 150달러 이야기도 나온다.
1980년대의 기억
40년 전 호르무즈 해협은 근 10년간 죽어 있었다. 이때만 해도 미국은 중동 석유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상태였고 호르무즈 해협의 중요성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컸다.
1980년대 이란과 이라크는 10년 전쟁을 치르며, 이른바 ‘유조선 전쟁(Tanker War)’을 벌였다. 상대방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리기 위해 해협을 막고, 지나는 유조선들을 무차별 공격했다. 이라크는 프랑스제 쉬페르 에탕다르 전투기와 엑조세 미사일로 이란의 석유 터미널과 유조선을 공격했다. 이란은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고 고속정으로 이라크 및 이라크를 돕는 주변국(쿠웨이트 등)의 유조선을 공격하며 맞불을 놓았다.
선박 보험료가 수십 배로 뛰고, 일부 선사는 운항을 포기했다. 전쟁 초기 1배럴에 10달러 초반이던 유가는 35달러 이상으로 치솟고, 세계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위협에 시달렸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국은 2년에 걸쳐 ‘프라임챈스 작전(Operation Prime Chance, 1987. 8~1989. 6)’과 ‘어니스트윌 작전(Operation Earnest Will, 1987. 7~1988. 9)’을 수행하며 원유의 해상 운송로를 확보했다. 프라임챈스 작전은 네이비 씰(SEAL)과 육군 특수작전항공연대 소속 헬기를 투입해 미국 국적 유조선과 상선을 보호한 비밀 작전이다. 어니스트 윌 작전은 쿠웨이트 유조선에 성조기를 게양하고 미군 함정 20여 척을 투입해 수행한,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호송 작전이다.
트럼프는 특히 프레잉맨티스 작전(Operation Praying Mantis, 1988. 4월)을 강조한다. 1988년 4월 14일, 미 해군의 미사일 호위함 한 척이 이란의 기뢰에 대파되고 10명이 부상했다. 나흘 뒤, 미 해군은 먼저 이란 해군이 전진 기지로 활용하던 사산과 시리의 석유 플랫폼을 모두 파괴했다.
또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의 함재기들이 이란 해군 전단을 맹공해 호위함 1척 격침, 1척 대파, 그리고 여러 대의 고속정과 석유 플랫폼을 쓸어버렸다. 미국은 헬기 1대 추락과 2명 전사 외에 큰 피해 없는, 미국의 일방적 대승이었다. 하루 만에 주력함대의 절반을 잃은 이란은 얼마 후 이라크와의 정전 협정에 동의했다.
이란의 스마트 기뢰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재미를 본 이란은 이번에도 기뢰 작전을 철저히 준비했다. 덕분에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손꼽히는 기뢰 강국으로 평가 받는다. 보유한 기뢰는 5000개 수준인데, 숫자 자체로 민간 선박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기뢰라 하면 과거의 멍텅구리 기뢰(이하 멍텅형)만 떠올리지만, 이란에는 멍텅형도 있지만 스마트형이 훨씬 더 많다. 중량 150~600kg인 부유 기뢰(또는 계류기뢰)는 이름대로 수중에 떠 있다가(또는 강철 와이어에 묶여 있다가), 부딪히는 선박을 파괴한다. 옛날식 멍텅형이다. 멍텅형은 강철와이어에 묶여 있기 때문에 소해정이 일종의 갈고리를 바다에 내려 훑어내리면서 와이어를 찾아내면 된다. (이론적으로는)
그래서 기뢰도 탐지하기 어렵게 진화했다. 아예 해저에 가라앉아 잠복하면 찾기가 훨씬 어렵다. 그런데 이게 폭발의 위력도 훨씬 더 크다. 기뢰가 배에 직접 부딪힐 때보다, 배 밑바닥 근처 물속에서 터질 때 더 무섭다는 것이다. 이때 발생하는 ‘버블 제트(Bubble Jet)’가 거대한 배를 들어 올렸다가 떨어뜨리고, 인간의 척추에 해당하는 배의 용골(Keel)이 두 동강 난다. 대표적으로 침저(沈底) 기뢰는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가 위를 지나는 배의 바닥을 노린다. 30만 톤급 유조선도 두 동강 내는 위력이다.
지능형 상승(rising) 기뢰 EM-52는 영리하다 해서 지능형이며, 자력으로 솟아 오르는 상승기뢰다. 음향, 자기, 수압, 진동을 모두 감지해 특정 타깃만 골라 공격한다. 선단이 지나갈 때 몇 번째까지는 통과시키고 몇 번째를 폭파하라는 프로그래밍도 가능하다. 수심 200m에 닻으로 고정된 채 대기하다가, 함정이나 잠수함이 위를 지날 때 내장된 로켓 엔진이 점화돼 스스로 발사된다. 초속 80m(시속 290km)의 엄청난 속도로 수직 상승해 표적의 바닥을 때리면 타깃은 끝이다.
미국의 스마트한 기뢰 제거
인간은 잠수병 때문에 수심 20m 이하에서 30분 이상 버티지 못한다. 그리고 하루 1회밖에 잠수할 수 없다. 그래서 과거의 기뢰 탐지는 지난(至難)의 극치였다. 그러나 21세기 드론 시대의 기뢰 탐지와 제거 작업은 20세기 말과는 전혀 다르다.
먼저 나이프피쉬(KnifeFish)가 저주파 광대역 소나를 이용해 펄 속에 묻힌 기뢰(침저기뢰)까지찾아낸다. 다음 킹피쉬(KingFish)는 고해상도 스캔 소나를 탑재하고 물체를 이미지화해서 기뢰인지 바위인지 99% 정확도로 식별해 해상으로 전송한다. 초음파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는 기뢰의 모델명까지 맞출 정도로 고해상도다.
마지막, 광케이블로 조종되는 시폭스(SeaFox)는 기뢰에 다가가 자폭하거나 작약탄을 발사해 기뢰를 유폭시킨다. 과거 UDT 대원이 직접 해저를 뒤질 때에 비하면, 속도는 높아지고 인명 손실의 위험은 낮아졌다. 비교할 수 없다.
기뢰 예방과 자유항행
일단 기뢰가 뿌려지면 찾아서 제거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미 해군은 이란이 기뢰를 뿌리지 못하도록 예방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개전 한 달여 전부터 남부 해안도시 해군기지를 감시 정찰해 왔다. 해상 함정은 물론 잠수함의 동향까지 면밀히 관찰했고, 이란이 보유한 잠수함 포함 해군 함정 80척 가운데 40척 이상을 이미 파괴해버렸다.
‘해협 청소에 72시간’은 트럼프 특유의 허풍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소해정 몇 척이 나란히 전진하면서 수십, 수백 개의 탐지/파괴 드론을 뿌려 범죄 현장에서 증거물 찾듯이 샅샅이 뒤지고 파괴해 나가면?
유조선이 지나갈 너비 1km 정도의 ‘안전 항로’만 뚫는 데는 2주일이면 넉넉할 것이다. 다만 트럼프는 이를 내세워 노벨 평화상을 노골적으로 원할 것이고, 한국과 일본에는 거액의 석유 안전 배달 서비스료를 요구할 것이다.
ⓒ
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