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반격 앞둔 삼성... 노란봉투법 속 총파업 기로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3.09 13:31  수정 2026.03.09 13:32

총파업 찬반투표 돌입, 조합원 9만명 규모

성과급 이견, 노조 "상한 폐지" vs 회사 "형평성"

노조 '참여율 확보' 위해 "파업 불참 관리"까지

HBM4 경쟁 와중 생산 변수…노란봉투법 첫 시험대

2024년 7월 22일 경기 기흥 삼성 세미콘 스포렉스 안에서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 '전삼노'가 집회를 열고 있다.ⓒ임채현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총파업 여부를 결정할 찬반투표에 돌입하면서 노사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대기업 노사 갈등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9일부터 18일까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소속 노조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노조동행 등으로 전체 합산 조합원 수는 약 9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갈등의 초점은 성과급 체계인 초과이익성과급(OPI)에 맞춰져 있다. 노조는 경제적부가가치(EVA) 기반 산정 방식의 투명성을 문제 삼으며 OPI 상한선(현재 상한선 연봉 50% 기준)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사업부 간 보상 격차 확대와 노사 간 내 갈등 가능성을 이유로 상한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대신 성과가 높은 사업부에는 OPI를 추가 지급하는 특별 보상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임금 인상률 6.2% ▲전직원 자사주 20주 지급 ▲직급별 연봉 상한(샐러리캡) 상향 ▲1%대의 저리로 최대 5억원 규모의 주택 대부 지원 등의 보상안을 제안한 상태다. 재계에서는 사측 제안이 파격적이라는 평가지만, 노조 측에서는 최근 영업익 10%를 나눈 SK하이닉스의 경우를 예시로 들며 사측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SK하이닉스보다 빠르게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양산에 나서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공급망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HBM3E(5세대) 경쟁에서의 열세를 만회하며 시장 판도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생산 인력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뿐 아니라 협력사 등 연관 산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특히 이번 노사 갈등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노조의 전략 변화다. 그동안 삼성전자 노조는 조직 규모 확대와 상징적 투쟁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실제 파업 참여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부 노조 지도부는 파업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파업 참여 여부를 관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파업 참여 여부는 개인 선택인데 명단 관리까지 언급하는 것은 과도한 압박이라는 내부 반발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노조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법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는 기업이 파업 등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기업 노사 갈등이 아니라 새 법 체계 아래에서 나타나는 첫 대형 분쟁 사례가 될 수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2024년 창사 이후 첫 총파업을 겪은 바 있지만 실제 생산 차질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이번에는 노조 규모가 커지고 전략도 달라진 만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부 인력이 대거 노조에 가입한 상황에서 파업이 확대될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진 시점이라는 점에서 산업적 파급력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파업 규모, 즉 조합원 참여율이 높아질 수록 실제 생산 차질을 빚을 확률이 올라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조가 이번 파업을 통해 실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참여율이 얼마나 확보되느냐에 따라 노사 협상 구도도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찬반 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할 경우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쟁의권을 확보할 경우 노조는 4월 전 조합원 집회를 거쳐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현실화될 경우 지난 2024년 7월 총파업 이후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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