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정심 D-1' 정부 약가 인하에 제약계 '배수진'…"마지노선은 48%"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3.10 12:52  수정 2026.03.10 12:58

약가제도 개편 비대위 긴급 기자회견 개최

대외적 불확실성 고조, 공동연구 착수 제안

수익 10% 인하가 한계, 외면시 서명운동 예고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가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 공동 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업계는 현재의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 정책 설계가 “산업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며 민·관 공동연구를 통한 정책 재설계를 촉구했다.


제약바이오협회, 바이오의약품협회 등 7개 단체가 모여 구성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오전 서울 방배동 제약바이오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 제도 개편안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최대 53.55%인 제네릭 및 특허 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40%대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비대위는 이날 정부의 일방적인 제네릭 약가 인하가 강행될 경우 ▲R&D 및 품질 혁신 투자 위축 ▲필수의약품 생산 중단에 따른 보건안보 위협 ▲일자리 감축 등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최근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환율·원자재·운임 등 4중고가 산업계를 덮친 상황에서 대규모 약가 인하는 ‘사형 선고’와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측은 “4차 오일쇼크의 공포가 확산되는 등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는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시행 속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방향과 설계”라며 정부에 3대 사항에 대한 즉각적인 공동연구 착수를 제안했다.


제안된 연구 과제는 ▲약가 인하가 국민 건강과 산업 구조에 미치는 입체적 분석 ▲CSO(의약품판촉영업자) 등 유통 질서 현주소 파악 및 개선안 마련 ▲5대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을 위한 선진화 방안 도출 등이다. 비대위는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1년 이내에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실행 방안을 재설계할 것을 촉구했다.


당초 정부의 약가 제도 개선안은 지난 2월 건정심에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업계의 반발과 논의 부족 등으로 인해 이달로 미뤄진 상태다. 정부는 오는 7월로 예정했던 제네릭 약가 인하 시기를 내년 1월로 조정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대위는 단순한 시행 시기의 유예가 아니라, 정책의 방향성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대위 측은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특성상 고유가와 고환율은 제조 원가에 치명적”이라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비상 경영 체제에서 R&D 투자 축소와 인력 채용 포기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제네릭의 40%대 인하’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반박했다. 비대위는 “정부안대로 약가 인하가 시행될 경우 산업계가 입을 손실은 최대 3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현재 상장 제약사의 영업이익률이 5% 전후인 상황에서 이를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는 사실상 연구개발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업계가 제시한 마지노선은 10% 인하다. 비대위는 현재 오리지널 대비 53.55%로 책정된 약값을 48.2%까지 낮추는 것을 수용 가능한 최대치로 설정했다.


비대위 측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수익의 10%를 포기하는 고통을 분담하더라도 그 이상의 인하는 산업 존립을 흔드는 일”이라며 “인하 폭이 마지노선을 넘어서 40%대 초반으로 떨어지면 수익성 악화로 인해 필수의약품 공급망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경 대응도 예고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산업계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약가 인하를 강행할 경우 전국의 약업인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서명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 측은 “정부가 산업계의 공동연구 요구를 수용해 1년 이내에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기를 기대한다”며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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