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50조 국민성장펀드 가이드북, 공개는 ‘슬그머니’…심의위원은 ‘비공개’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03.11 06:48  수정 2026.03.11 06:48

국민성장펀드 운용 구조 담은 가이드북 첫 공개

투자 여부 결정 ‘기금운용심의회’ 위원 9명 명단 비공개

심의위원 비공개·금융기관 면책…투명성 논의 제기

박상진(왼쪽 일곱번째부터) 산업은행 회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이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출범식에서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의 구체적 설계를 담은 가이드북이 최근 공개됐다.


하지만 별도 보도자료 없이 홈페이지 게시 방식으로 공개된 데다, 기금 투자 여부를 최종 심의하는 핵심 위원 명단도 비공개로 관리되는 것으로 나타나 거버넌스 투명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 사무국은 지난 3일 공식 홈페이지에 국민성장펀드의 개요와 재원 구조, 심사 절차, 질의응답(FAQ) 60문항 등을 담은 ‘국민성장펀드 가이드북’을 게시했다.


정책 패키지의 구체적 설계를 처음 담은 가이드북이 별도 안내 없이 공개되면서 실제 조회수도 200여회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는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과 민간·국민 자금 75조원을 결합한 총 15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 프로그램으로 설계됐다.


민간 자금 75조원은 사전 출자 방식이 아니라 수익성 판단에 따라 프로젝트별로 참여하는 구조다.


국민성장펀드 사무국은 ‘국민성장펀드로 인해 관치금융 문제가 더 심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민간의 자율적인 참여가 75조원 이상 이뤄져 프로젝트 규모가 150조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자금을 선조성하거나 할당해 납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라고 선을 그었다.


운용 구조도 특징적이다. 펀드 운용기간은 20년이지만 투자 의사결정은 출범 후 5년 내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투자 결정은 현 정부 임기 내 이뤄지지만 자금 회수와 투자 성과 평가는 임기 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로, 해당 정책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거버넌스다. 가이드북은 기금 투자 여부를 최종 심의하는 기금운용심의회를 총 9인으로 구성하되 위원 명단은 “기금집행의 공정성 담보를 위해 비공개로 관리한다”고 명시했다. 심의위원 임기는 2년이다.


더구나 금융당국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투자 중심 정책금융 확대 과정에서 참여 금융기관의 책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면책 적용 방침도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1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별관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의 성공을 위한 금융기관간 업무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 금융위원장,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뉴시스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심의하는 위원 명단은 비공개로 관리되고, 참여 금융기관에는 면책이 적용되는 구조여서 정책금융 거버넌스의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정지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은 “이처럼 중요한 기금을 운용하면서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무엇보다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다른 공적 기금과 비교해도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경우 기금 운용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명단과 소속·직위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반면 국민성장펀드는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기금운용심의회 위원 명단을 비공개로 관리하고 있어 의사결정 구조의 투명성 측면에서 대조된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전문가도 “거버넌스라는 개념에는 투명성과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중요한 요소인데, 위원 명단까지 비공개로 운영한다면 거버넌스 기준에 미달하는 구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업계에서도 거버넌스 공개 필요성을 언급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SG에서도 거버넌스의 기본은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공적 자금 투자 구조라면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 주체에 대한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성장펀드가 향후 20년간 국가 전략 산업 투자에 영향을 미칠 대규모 정책금융인 만큼 투자 대상뿐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 체계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공개해서 운영하는 게 맞다”면서도 “정책 목적이 강한 기금이다 보니 정부가 로비나 외부 영향 가능성을 우려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금 왜곡 없이, 민간 투자와 충돌하지 않게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하느냐”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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