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은 오르고, 일자리는 줄고…AI 경제의 역설 [AI發 직업혁명③]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6.03.13 07:00  수정 2026.03.13 07:00

전세계 기업 70% 이상 AI 도입

빅테크 AI 투자 韓 반도체 수요 견인

생산성 향상 과실, 자본에만 집중 우려

부산 남구 신선대 및 감만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인공지능(AI)이 노동시장을 흔드는 것을 넘어 경제 구조 자체를 다시 짜고 있다. 생산성과 성장, 산업 경쟁력, 소득 분배에 이르기까지 AI의 파장은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올해는 그 변화가 현실화되는 첫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GDP 35% 성장 가능… AI, 생산성 혁명 방아쇠


AI가 경제에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생산성 향상이다. ⓒ클립아트코리아

AI가 경제에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생산성 향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올해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AI 도입 촉진 정책이 장·단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을 약 35% 증가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 전반에서 AI 도입은 이미 가시화됐다. 제조업의 로봇 자동화, 물류·유통업의 AI 기반 시스템, 금융·회계 분야의 로보어드바이저와 AI 감사 시스템, 법률 분야의 판례 분석, 의료 분야의 영상 판독까지 AI는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 보고서 ‘The State of AI 2024’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 70% 이상이 2024년 기준 하나 이상의 업무 기능에 AI를 도입했다.


한국은 이 흐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메모리 반도체 트래커’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HBM(고대역폭메모리) 출하량 점유율이 SK하이닉스 62%, 삼성전자 17%로 나타났다. 전세계 HBM 10개 중 8개를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셈이다.


오픈AI의 최대 700조원 규모 ‘AI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구글의 2026년 260조원 이상 AI 인프라 투자 등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경쟁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전례 없는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키움증권·대신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합산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 과실, 고루 돌아갈지 관건… 분배·불평등 과제


AI 수혜가 산업·계층에 따라 불균등하게 분배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그러나 AI가 만들어내는 성장의 과실이 고루 돌아갈지는 별개의 문제다. BIS 연구에서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장기적으로 실질임금을 올리지만, 노동집약적 산업은 생산비용 증가로 자본집약적 산업 대비 생산 증가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AI 수혜가 산업·계층에 따라 불균등하게 분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소득 분배 구조의 변화도 우려된다. AI 도입 기업은 생산성이 오르고 이익이 커지지만, 그 과정에서 대체된 노동자의 소득은 줄어든다.


한국은행은 AI 도입이 국내 일자리 51%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며, 이 가운데 27%는 대체되거나 소득이 감소하는 위험군이라고 분석했다.


AI·로봇은 임금을 받지 않고 소비도 하지 않는다.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자본에만 집중되고 소비 주체인 노동자의 구매력이 줄어들 경우, 성장이 내수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인간을 일자리에 남기는 방향으로 조세·사회보장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DI는 “소득세와 사회보장 기여금 중심의 현행 재원 조달 방식이 인간 노동을 AI로 대체할 유인을 강화할 수 있다”며 “AI가 경제 성장을 이끌더라도 그 혜택이 사회 전반에 고루 돌아가도록 하는 분배 설계 없이는 성장이 불평등의 심화로 귀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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