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법 통과에 현대차 숨통 트였지만…통상 압박 '301조' 남았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3.13 11:26  수정 2026.03.13 11:26

대미투자특별법,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 통과

한국산 수입품 관세 15%→25% 재인상 반박 장치 마련

재인상 우려 줄어든 현대차…작년 관세만 11조 부담

美,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자동차 흑자 문제삼을 수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HMGMA에서 생산된 아이오닉 5 차량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현대차그룹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자동차 관세율을 25%로 재인상하겠다던 미국의 변덕을 잠재울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작년 관세로만 11조원을 뱉어낸 현대차그룹 역시 한숨을 돌릴 수 있게됐다.


다만 미국의 통상 압박 카드인 '무역법 301조'라는 새 변수가 떠오른 상황인 만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자동차의 흑자를 들어 품목별 관세 대상을 확장하거나 관세율을 올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2일 대미 관세 협상 후속 조치를 이행하기 위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한국 기업이 미국 내에서 진행하는 전략적 투자와 공급망 협력 프로젝트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관세 재인상에 반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지난 1월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지연을 이유로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재인상하겠다며 압박해왔다.


이에 따라 대미 의존도가 높은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일정부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25% 자동차 관세 탓에 관세로만 연간 11조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한 바 있다. 게다가 미국 현지에서 경쟁하는 일본, 유럽 브랜드들이 모두 15%의 관세율을 적용받는 만큼, 25%로 한국산에 대한 관세만 재인상될 경우 상당히 불리해지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그간 단행한 투자 뿐 아니라 앞으로의 대규모 투자도 발표하며 시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며 "양국 간 투자 협력 틀이 제도화됐다는 점만으로도 리스크 관리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법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통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하면서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상대국의 정책이나 산업 구조가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할 경우 조사 후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대표적인 통상 압박 수단이다. 실제로 미국은 과거 중국과의 무역 갈등에서도 301조를 근거로 대규모 관세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대미투자특별법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구축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산업이 미국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한미 전략적 투자 MOU를 이행하기 위한 국내법적 기반을 만드는 장치일 뿐, 미국 USTR의 301조 조사·조치 권한 자체를 묶는 장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해당 조사가 자동차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제조업 전반의 구조적 과잉생산을 문제 삼는 만큼 자동차가 비켜가기도 어렵다. 한국 자동차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고, 미국이 최근 자동차를 통상 압박의 핵심 품목으로 다뤄온 점을 감안하면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 배터리, 친환경차 공급망까지 함께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무역법 301조 조사를 발표하며 USTR은 "한국은 대규모 또는 지속적인 무역흑자를 통한 구조적 과잉설비와 과잉생산이 존재한다"며 "전자 장비, 자동차 및 부품, 기계, 철강, 군함 및 선박과 같은 분야에서 글로벌 상품 무역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자동차업계에서 더 불안한 대목은 미국이 최근 통상정책에서 232조·301조·IEEPA 같은 기존 법적 수단을 협상 레버리지로 묶어 쓰고 있다는 점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트럼프 2기 대외경제정책 분석에서 미국이 232조, 301조, IEEPA를 단순 보호주의가 아니라 대외 협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됐더라도, 미국이 투자와 통상을 분리해 '투자는 받되 무역은 별도로 압박하는' 식의 이중 트랙을 구사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대미투자특별법은 리스크를 줄이는 장치이지, 리스크를 없애는 장치는 아니다"라며 "미국과의 전략적 투자 틀을 제도화해 현지 생산, 공급망 협력, 정책 협의 채널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301조는 미국이 필요할 때 별도로 꺼내 쓸 수 있는 통상 압박 카드이기 때문에 현재 국면에서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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