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 1주 전 공지”…외식업계 ‘연성 규제’ 논란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3.16 07:01  수정 2026.03.16 07:01

소비자 알권리 강화 취지…가격·중량 변동 사전 공개

기업 “가격 정책 부담 커져”…사실상 인상 억제 우려

가맹점 협의·공지 절차 추가…가격 결정 지연 가능성

가격 정책 경직되면 R&D 투자·서비스 경쟁력 약화 걱정도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서울 시내 한 식당가를 지나가고 있다.ⓒ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외식업체들의 가격 인상과 중량 축소 정보를 사전에 공개하도록 하는 협약을 체결하면서 업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가격 인상을 직접 규제하는 제도는 아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연성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보면서다.


식품의 경우 특정 품목 가격이 오르면 정부가 기업이나 제품을 언급하며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지만, 외식은 소상공인 중심의 산업이라는 점에서 개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메뉴나 브랜드를 직접 지목할 경우 소상공인 부담 논란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가격 인상 사실을 사전에 공개하도록 해 소비자 여론의 감시 기능을 활용하는 방식의 우회적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국내 주요 외식업 7개사와 함께 외식상품의 가격을 인상하거나 중량을 줄이려는 경우, 해당 사실을 소비자에게 사전공지하는 내용의 ‘가격인상 등 정보제공 협약’을 체결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민생회복과 소비자주권 확립을 위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식품분야 용량꼼수 대응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협약은 해당 대책의 후속조치이자, 추세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외식물가 및 그에 따른 민생의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 협업의 일환이다.


협약체결은 국민에게 가격인상이나 중량축소 사실을 미리 정확하게 알림으로써 합리적인 소비활동 및 지출계획 수립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인상 등 여부, 인상폭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결정하게 된다.


협약에 따라 협약체결사는 외식상품의 가격(직영사업부문) 또는 권장소비자가격(가맹사업부문)을 인상하거나 중량을 줄이는 경우 해당 인상이나 축소 시점 기준 늦어도 1주일 전에는 그 사실을 인터넷 홈페이지와 언론을 통해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가격이 변동되는 상품이 복수인 경우에는 상품 유형별로 평균 인상률 또는 감축률을 고지해야 한다. 가맹사업의 경우 본사가 권장소비자가격을 인상하려 할 때 최소 1주일 전 매장 게시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이를 알리는 것은 물론, 가맹점과 사전 협의 절차도 거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번 협약이 소비자의 알 권리를 강화하고 가격·중량 변동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근 식품·외식업계에서 가격 인상 대신 제품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정보 제공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서울 시내 한 식당가를 이용하고 있다. ⓒ뉴시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변동 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가격 인상이나 중량 축소 사실을 사전에 알게 되면 구매 시점을 조정하거나 다른 브랜드를 비교하는 등 소비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논란이 이어졌던 ‘슈링크플레이션’처럼 가격은 유지하면서 용량만 줄어드는 경우에도 소비자가 이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어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소비자가 제품 변화를 미리 알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외식업계에서는 제도 취지와 별개로 가격 정책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격 인상 사실을 사전에 공개해야 하는 구조가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 반발이나 여론 부담을 고려해 가격 조정 자체를 미루거나 최소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규정은 아니지만 인상 사실을 미리 공개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 자체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사실상 가격 인상 억제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외식업은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변동에 따라 가격 조정이 필요한 산업인데, 사전 공지와 언론 공개 절차가 생기면 가격 정책 자체가 정책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자율 협약 형태지만 사실상 가격 신고제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본사가 권장소비자가격을 인상할 경우 가맹점 협의와 소비자 공지 절차까지 추가되면서 가격 조정 과정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맹사업 특성상 본사의 가격 정책이 매장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협의 과정이 길어질 경우 가격 결정 시점이 늦어질 수 있고, 원재료 가격이나 인건비 상승 등 비용 변동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격 인상 사실이 사전에 공개되면서 가격 정책 자체가 더욱 보수적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원가 절감이나 비용 통제에만 집중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신제품 개발이나 메뉴 개선 등 R&D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외식업은 식재료 연구나 메뉴 개발, 매장 운영 시스템 개선 등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산업인 만큼 가격 정책이 경직될 경우 서비스 품질이나 제품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크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은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변동이 잦아 가격 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는데 사전 공지와 협의 절차가 늘어나면 가격 조정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가격을 쉽게 조정하기 어려워지면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에 집중할 수 밖에 없어 메뉴 개발이나 서비스 투자 여력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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