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30달러 근접에도 내수 공급가 리터당 1724원 상한 적용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시 비축유 투입·정제설비 운영 부담 확대
신용평가사 “내수 비중 20~30% 수준…단기 실적 개선 흐름은 유지”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와 아시아 정제마진이 2022년 이후 약 4년 만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국내 정유사의 단기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13일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로 내수 마진이 제한된 데다 호르무즈 해협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조달 부담도 커질 수 있어 업황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0시 기해 국내 휘발유 공급 상한액은 ℓ당 1724원, 경유는 1713원으로 지정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29년 만에 석유 제품 공급가격을 직접 제한하는 가격상한제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정제마진이 30달러선에 육박하는 등 글로벌 시장 환경은 우호적이나, 국내 시장에선 제값을 받기 어려운 구조적 딜레마에 빠졌다.
특히 이번에 기록한 배럴당 30달러 수준의 정제마진은 역대 최고치였던 2022년 6월(29.5달러) 기록을 경신한 수치다. 통상 정유사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5달러 선인 점을 감안하면 유례없는 초호황 국면이나, 내수 시장 공급가가 ℓ당 1700원대 초반으로 묶이면서 정유사가 누려야 할 마진 중 상당 부분이 억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초유의 규제 상황에서 정유업계는 일단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한다는 뜻을 밝혔다. 대한석유협회(KPA)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13일 0시부터 정부가 제시한 최고가격을 즉각 준수해 공급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협회 측은 중동 정세 불안 장기화에 따른 국민 체감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의 유가 안정 대책에 충실히 동참하며 국내 석유 제품의 안정적 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자발적 협조' 선언 이면에 숨은 운영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내행 원유선 7척이 계류 중인 상황은 실질적 위협이다.
정유업계는 3월 물량까지는 자체 비축분으로 대응 가능하나, 수송 차질이 2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 국가 전략 비축유 투입이 불가피하다. 이 단계에 진입하면 필수 제품 생산 위주로 공정이 강제 조정되면서 정제설비의 가동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수익성 확보에도 차질이 생긴다.
정부가 내수 물량 우선 확보를 위해 수출 제한 카드까지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도 부담이다. 고마진 수출을 통해 내수 가격 통제 손실을 보전하려던 정유사 경영 전략에 변수가 생길 수 있어서다.
전쟁 장기화 시 정부가 약속한 사후 보전금의 지급 시기나 규모를 둘러싼 정책적 불확실성 역시 정유사가 '역대급 실적' 예고에도 마음 놓고 웃지 못하는 핵심 이유로 꼽힌다.
이러한 복합적 변수에도 불구하고 정유사의 단기 재무 지표는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정책 도입에 따른 에쓰오일 등 정유사의 수익성 타격이 우려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며 "가격상한제에서 발생하는 손실의 정부 보전 가능성, 국내 정유사들의 내수 소매판매 비중(전체 매출의 20~30%), 최근 크게 상승한 정제마진 등을 감안하면 정부 정책에 따른 정유사의 실질적인 손실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아시아 내 공급 제약 상황에서 높은 정제마진 기조가 이어지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정유사들의 단기적 이익 개선세가 뚜렷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한신평은 정부 비축유를 활용하는 단계로 진입할 경우에 대해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전략 비축유 사용 시 필수 제품 생산 위주로 공정 운영이 제한돼 정유사 수익성 확보에 실질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전쟁 진행 양상과 에쓰오일 등 각 정유사별 대체 원유 도입 전략, 정부의 보전 정책 대응 방향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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