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운송로 막히면서 아시아 석유화학 업계 위기
나프타 가격 50% 급등…롯데케미칼·LG화학 불가항력 통보
여수산업단지 DL케미칼 공장 ⓒDL케미칼
중동 전쟁으로 아시아로 가는 호르무즈 해협 운송로가 막히면서 플라스틱의 원료인 나프타 품귀 사태가 벌어져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경쟁 업체들의 만성적 설비 과잉으로 인해 시설 가동을 줄이고 있던 한국과 일본의 석유화학 업체들이 나프타 품귀까지 겹치며 더욱 힘든 상황이 됐다고 15일 보도했다. 나프타는 원유를 증류하는 과정에서 추출되는 탄화수소 혼합물로 플라스틱의 핵심 원료로 사용된다.
FT가 인용한 유류 관련 정보 업체 ‘스파르타 커모디티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양국 모두 나프타 사용량 중 약 3분의 2씩을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수입 나프타 중 페르시아만에서 오는 물량의 비중은 한국 60%, 일본 70%다.
김정관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은 나프타 수급 차질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국내 생산 나프타의 수출을 제한하고, 필요시 정부 비축유 방출 때 나프타도 함께 공급할 방침이라고 13일 밝힌 바 있다.
스파르타 커모디티스의 납사 담당 수석분석가 호르헤 몰리네로는 “이미 뒤집히고 있던 배에 빙산이 부딪치는 것과 같다”며 “이란 사태 악화는 이미 위태로운 상황에 의미있는 수준의 부담을 더 얹고 있다”고 설명했다.
S&P 글로벌 에너지에 따르면 지난달 이래 나프타 가격이 50% 급등해 톤당 875달러에 이르렀지만,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통행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공급 확보 자체도 어려워졌다. 이에 아시아 전역의 석유화학 시설들이 생산량 감축에 들어갔다.
한국 최대의 단일 에틸렌 생산 업체인 여천NCC는 지난주 “불가항력” 상황을 선언하고 최소 가동 수준으로 생산량을 줄였다고 밝혔다.
최근 사흘간 롯데케미칼과 LG화학 역시 고객사들에게 불가항력으로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통보했다.
아직 불가항력을 선언하지 않은 생산업체들도 가동률을 기존 80∼90%에서 약 60%까지 낮추고 있다.
일본에서는 미쓰비씨케미칼과 미쓰이화학이 생산량을 줄였으며, 이데미츠코산은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경우 시설 두 곳의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고 고객들에게 경고했다.
씨티그룹의 일본 소재 애널리스트들은 4월 중순까지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복수의 에틸렌 시설이 생산 감축이나 가동 중단 위험에 처할 것”이며 에틸렌, 프로필렌, 부탄 등 제품들이 타격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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