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스리백 실험, 맞지 않은 옷처럼 어색
무뎌진 발끝, 확연하게 느려진 스피드
부진에 빠진 손흥민. ⓒ 연합뉴스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고 기세등등하게 유럽 원정길에 올랐던 홍명보호가 차가운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결과는 2연패, 게다가 내용은 ‘무색무취’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에른스트 하펠 스타디온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와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사흘 전 코트디부아르전 0-4 참사에 이은 2연패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3월 A매치 2연전에서 중앙 수비수 3명을 세우고 양쪽 윙백을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스리백’에 집착했다. 코트디부아르전에 이어 오스트리아전에서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축으로 한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상대의 강력한 피지컬과 뒷공간 침투를 제어하겠다는 계산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현대 축구에서 스리백은 수비의 안정감과 동시에 윙백의 공격 가담을 통한 유기적인 변화가 핵심이다. 하지만 홍명보호의 스리백은 수비 시에는 5백으로 내려앉아 숫자에만 급급했고, 공격 전환 시에는 빌드업의 실종으로 이어졌다. 중원에서 백승호와 김진규가 고군분투했으나, 수비 라인과의 간격 조절에 실패하며 오스트리아의 전방 압박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특히 실점 장면은 홍명보식 스리백의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후반 6분, 오스트리아의 크사버 슐라거가 측면을 허물 때 스리백의 좌우 스토퍼들은 위치 선정에 실패했고, 중앙의 마르셀 자비처를 완전히 놓쳤다. 수비 숫자는 많았지만 정작 공을 가진 선수와 쇄도하는 선수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본선에서 만날 멕시코나 체코를 상대로 수비를 두텁게 하는 전략은 필요하다. 그러나 선수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 포메이션을 강요하는 것이 전술적 유연함인지, 아니면 감독의 고집인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지금의 스리백은 대표팀 선수들에게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하기만 하다.
무색무취 전술의 홍명보 감독. ⓒ 연합뉴스
전술적 패착만큼 뼈아픈 대목은 ‘캡틴’ 손흥민의 부진이다. 손흥민은 이날 선발로 나서 이강인, 이재성과 함께 최전방 스리톱의 정점에 섰다.
하지만 이날 손흥민은 우리가 알던 월드클래스 해결사와 거리가 멀었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시도한 슈팅은 수비 벽에 막혔고, 전반 16분 김민재의 절묘한 패스로 맞이한 일대일 찬스에서는 회심의 슈팅이 허공을 갈랐다. 후반 17분과 29분에 찾아온 결정적인 기회 역시 슈팅 타이밍을 놓치거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무엇보다 손흥민 특유의 스피드가 무뎌진 모습이 가장 눈에 띄었다.
손흥민은 소속팀 LA FC에서의 부진을 포함해 공식전 10경기 연속 무득점이라는 슬럼프에 빠졌다. 올 시즌 LA FC에서 9경기 1골 7도움을 기록 중이지만, 유일한 득점마저 페널티킥이며 필드골은 아직 없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손흥민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 같으면 과감하게 때렸을 타이밍인데 머뭇거리다 수비에 차단당하거나, 스프린트 이후 마무리 슈팅에서는 힘이 실리지 않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 시즌 13경기 12골을 몰아치던 폭발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김민재가 수비의 중심을 잡아주고, 이강인이 공격의 시발점이자 연결고리 역할을 맡으면, 손흥민이 마무리 짓는 승리 공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손흥민의 발끝이 무뎌진 상태라면 다가올 월드컵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축구는 어찌 됐든 득점해야 승리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중반 황희찬과 양현준 등을 투입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끝내 손흥민의 경기력을 살리지 못했다. 결국 손흥민은 오현규와 교체돼 벤치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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