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위한 ‘보수 인하’ 단행…사살상 ‘제로’ 수준
‘제 살 깎아먹기’ 경쟁에…증권사 대비 저조한 실적
“수익성 훼손 요인 최소화해야…상품 차별화 필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자산운용사들의 수익성 개선 속도는 더딘 모습이다. ⓒ연합뉴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400조 시대’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으나, 자산운용사들의 수익 기반은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
ETF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꺼내든 ‘보수 인하’ 카드가 독이 된 모양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 규모는 이달 1일 기준 375조88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297조1401억원) 대비 26.5% 증가한 수준이다.
앞서 국내 ETF 시장은 2023년 6월 100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6월 200조원까지 빠르게 성장했다. 이후에는 속도를 높여 7개월 만인 올해 1월 300조원을 돌파했다.
ETF 시장이 매년 성장세를 이어온 만큼, 성장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자산운용사의 ETF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사 ETF가 속출하자 ‘저보수’로 경쟁력과 점유율을 챙기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현재 국내 ETF 시장에 상장된 ETF는 총 1091종목으로, 코스피 상장사(950종목)보다 많다.
업계에서는 100%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하기 어렵다고 판단, 운용사들이 일제히 ‘보수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KB자산운용이 코스피·코스닥 등 국내 지수형 2종과 레버리지·인버스 등 파생형 5종의 보수를 인하했다.
이때 ‘RISE 코스피200’과 ‘RISE 코스닥150’의 보수를 0.02%로, 코스피200선물 기반 레버리지·인버스 3종의 보수를 0.022%로 내리는 등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수준을 제시했다.
이처럼 운용사들은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고, 장기 투자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이유로 ETF의 보수를 낮추고 있다.
하지만 ‘제 살 깎아먹기식’ 보수 경쟁이 운용사 수익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운용보수가 0.01% 수준인 ETF에 자금 1조원이 유입돼도 운용사가 챙기는 수익은 1년에 1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ETF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것과 달리 운용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크게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해 운용사 507곳의 당기순이익은 3조132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61곳(9조6455억원)보다 저조하다.
상위 5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삼성·키움)의 합산 순이익(6조4600억원)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낮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한 운용사들의 연간 당기순이익이 2000억원을 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보수 인하와 같은 ‘수익성 훼손’ 요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 광고·이벤트 등 마케팅 비용은 물론, ETF 시장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을 감안하면 ETF 보수 인하는 운용사 입장에서 남는 게 없는 장사”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 역시 ETF 보수 인하 경쟁을 거듭 경고하고 있다”며 “단순 ‘저보수’가 아닌 미래 먹거리 발견을 위한 ‘상품 차별화’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실적 성장을 유도하려는 운용사들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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