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표도르마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국내격투시장 인기 하락을 우려하기도 한다.
´저물어가는 거물 스타들, 새로운 격투아이콘 나올까?´
´얼음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5·러시아)가 ´빅풋(Bigfoot)´ 안토니오 실바(31·브라질)에 완패, 전 세계 격투팬들이 술렁이고 있다. 대다수 팬들에게 여전히 표도르는 단순한 종합격투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13일 미국 뉴저지 이조드센터에서 열린 ´스트라이크포스 헤비급 토너먼트´ 8강전은 세계 MMA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큼 충격적인 장면으로 남을 듯하다. 현존 세계최강 파이터 표도르의 연패는 물론 내용 면에서도 완벽한 패배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파브리시오 베우둠(33·브라질)전은 방심했다는 변명거리라도 있었지만, 실바전은 패배를 인정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실바가 잘 싸우기도 했지만 가장 큰 패인은 역시 ´세월´이었다. 한창 때의 표도르는 헤비급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몸놀림과 무시무시한 핸드스피드를 자랑했다. 유연성과 순간대처 능력도 탁월했고, 한순간의 빈틈도 놓치지 않고 경기를 끝내버리는 결정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표도르의 필살기는 점차 무뎌졌다. 그의 노쇠화를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역시 파운딩 부재다. 표도르는 형식적인 파운딩이 대부분이던 시절 상대의 가드 안에서 마치 아웃복싱을 하듯 자유자재로 궤적 큰 파운딩을 날리던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프라이드에 막 입성한 초창기 시절 대부분이 회피하던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35·브라질)의 가드 안으로 스스로 들어가 거침없이 파운딩을 퍼붓던 장면은 당시로는 일대 혁명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경기 내내 그런 식으로 파운딩을 퍼붓고도 체력의 한계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표도르는 탑포지션에서도 파운딩을 제대로 퍼붓지 못했다. 전체적인 운동능력은 물론 파워-체력 등에서 급격한 감소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포지션을 유지하기에도 급급했다. 카운터펀치로 승부를 결정 내는 경우가 잦았던 것은 전체적인 신체밸런스의 하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어쨌거나 연이은 패배로 더 이상 표도르는 ´세계최강´ ´60억분의 1´로 불리기 어렵게 됐다. 표도르의 팬들조차 헤비급 ´넘버1´을 꼽으라면 그가 아닌 알리스타 오브레임(32·네덜란드)이나 케인 벨라스케즈(29·미국)를 지목할 정도다. 그리고 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표도르마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국내격투시장 인기 하락을 우려하기도 한다. MMA는 아직 마니아스포츠의 특성이 강해 특정 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 실제로 그동안 국내 팬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던 경기들은 표도르를 비롯해 최홍만-추성훈-미르코 크로캅 등 극히 일부 스타 파이터들에 국한된 게 사실이다.
열성적인 마니아들은 큰 상관이 없겠지만 일반 대중들까지 범위를 넓힌다면, 이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UFC 등 미국 메이저 단체의 경기들이 예전에 비해 인지도가 부쩍 높아졌지만, 아무래도 정서의 차이 상 국내 팬들에게 두루두루 어필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들 인기 파이터들은 하나같이 하락세를 걷고 있다. 크로캅-추성훈은 많은 나이로 인해 기량이 급감하며 중위권 이상으로 도약하기는 힘들어졌고, 최홍만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언제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다.
그나마 중심에 서 있던 표도르가 몰락함에 따라 새로운 격투아이콘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물론 대중들의 입맛은 상당히 까다로워 기량과 상품성 그리고 정서적인 공감대까지 모두 맞을 수 있는 선수는 쉽게 나오기 어렵다. 과연 표도르 패배의 후폭풍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새로운 스타의 등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