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약속이라도 한 듯 자존심을 구긴 두 거포 최희섭(왼쪽)과 김태균의 부활 여부에 야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최희섭(32)과 한화 이글스 김태균(29)은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활약했던 최희섭은 뛰어난 선구안과 큼직한 한방을 갖춘 대형타자로 일찍부터 주목받았고, 김태균 역시 신인 시절부터 정교함과 장타력을 갖춘 한화의 간판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좌타(최희섭)와 우타(김태균)라는 것만 다를 뿐 부동의 1루수-4번 타자로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그러나 지난 시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미지를 구겼다. 팀에 이렇다 할 기여도 못했고, 팬들의 따가운 시선도 감내해야 했다.
최희섭에게 지난 시즌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신중하게 카운트 싸움을 하다가 좋지 않으면 걸어 나가고 노리던 공이 들어왔을 때 확실하게 때리는 스타일이다. 일부에서는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혹평도 받지만 상대하는 투수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타자다. 공격적인 배팅을 즐기는 김상현과의 궁합도 잘 맞았다.
하지만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특유의 선구안이 무너졌고 타이밍이 맞지 않으니 잘 맞은 것처럼 보이는 공도 펜스 근처에서 잡히기 일쑤였다. 4번 타자의 포스가 사라진 그를 더 이상 상대팀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잦은 부상.
앞선 두 시즌 연속 400타수 이상을 기록했지만, 지난 시즌에는 70경기 출장에 242타수에 그쳤다. 홈런(9개)도 한 자릿수에 불과했으며 타점 역시 국내 데뷔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에 머물렀다. 성적도 좋지 않은 데다 꾸준히 경기에 나서지도 못한 것.
설상가상으로 경기 외적인 문제까지 터지며 이중고를 겪었다. 팬들은 깊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고 툭하면 잔부상에 시달리는 그에겐 "진짜로 아픈 것이 맞느냐', "몸이 아픈 것보다 정신력이 해이해진 것 같다'는 등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이러한 주변의 분위기를 반영한 듯 이순철 수석코치 역시 팀에 합류하기 무섭게 선수들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당장은 희섭이랑만 얘기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최희섭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부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그를 바라보는 눈에는 '정신력과 의지가 약한 선수', '팀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지 못한 선수'라는 이미지가 투영됐다.
김태균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데뷔 이후 꾸준한 성적을 내며 한화의 간판타자로 활약했던 그는 2010년 FA 자격을 취득하기 무섭게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에 입단해 나름대로 무난한 첫 시즌을 보냈다. 국내 성적만큼은 아니지만 4번 타자로 자리매김하며 존재 가치를 알렸다. 그러나 금년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채 난데없이 복귀를 택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아내와 합의 끝에 허리부상 등을 이유로 일본무대를 떠났다. 스포츠 아나운서로 많은 인기를 누렸던 아내 김석류의 임신과 일본 대지진까지 발생하면서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이에 팬들은 "국내리그를 대표해서 나갔던 선수가 그렇게 쉽게 의지를 꺾으면 어쩌겠는가? 일본에서 우리선수들을 바라보는 눈도 있는데..향후 진출할 후배들을 위해서도 그러면 안 된다"며 비판했지만 김태균의 마음은 이미 국내를 향해 있었다.
이에 한화 구단에서는 옵션과 계약금 없이 연봉 15억원을 보장해주며 김태균을 반겼다. 개인 입장에서는 일본진출과 국내 유턴으로 인해 짧은 기간 엄청난 금전적 이익을 봤지만, 부정적인 사례들을 줄줄이 남긴 것도 사실이다.
최희섭(왼쪽)과 김태균에 대해 팬들은 '소녀 마인드'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이러한 최희섭과 김태균에 대해 팬들은 '소녀 마인드'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흔히 어깨가 약한 수비수를 가리켜 '소녀 어깨'라는 말이 붙는데 그만큼 팬들은 이들의 심약하고 굳건하지 못한 의지를 아쉬워한다.
하지만 이들은 프로다. 주위에서 보는 시선과 다르게 그들 나름대로 말 못할 고충과 어쩔 수 없었던 정황도 있다. 그렇다고 고정된 시선을 이제 와서 당장 뒤집을 수도 없다. 오직 다음 시즌 성적을 통해 진심을 호소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과연 최희섭과 김태균은 '소녀 마인드'라는 치욕적인 불명예를 씻어낼 수 있을까. 최악의 한해를 보낸 두 거포의 다음 시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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